스프링클러 작동여부 소방관 증언 엇갈려…제연시설은 일부 설치
6월 지적 결함 24건 이행 여부 등에 따라 중대법 처벌여부 결정 전망
2차 현장감식 소방설비 집중조사…발화지점 차 국과수로 옮겨(종합2보)
용역 근로자 등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2차 현장 감식이 28일 진행됐다.

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소방 당국 등 합동감식반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다섯시간 여에 걸쳐 이틀째 감식작업을 벌였다.

감식반은 이날 발화지점인 지하 1층 하역장 앞에 세워져 있던 1t 화물차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지상으로 꺼냈고 국과수로 옮길 계획이다.

화물차 적재함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녹아내렸고, 하부 철제 뼈대만 남았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이 화물차 기사가 하역작업을 하는 사이 차 주변에서 불길이 시작되는 모습이 담겼다.

감식반은 전날 지게차를 동원해 화물차를 든 뒤 주변 잔해물을 수거했다.

차체 아래에서 수거한 전선 등 잔해물 중 인화성 물질이 있는지도 감식할 계획이다.

분석작업은 2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화물차 배기구 열이 가까이 쌓여 있던 종이박스를 태워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후에는 화재 당시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종합방재실과 기계실 등에 설치된 15군데의 스프링클러 프리액션밸브(준비작동식 밸브)의 전자식 로그기록을 분석해 화재 당시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팬으로 돌려 연기를 빼내는 제연시설은 일부에 설치돼 있었는데, 실제 작동 여부는 로그 기록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지하주차장은 제연시설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배관으로 연결되는 물탱크는 정상 수위까지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과 관계자는 "물탱크가 사람이 인위적으로 채워넣야 하는 기계식 방식인지, 자동으로 채워지는 방식인지는 확인되지 않아 사용이 안된 것인지, 사용하고 나서 채워진 것인지 현재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각종 안전 설비를 제어하는 방재실에는 현재 물이 차 있어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스프링클러는 전자화 돼 있어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기록을 압수해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26일 오전 진화 현장에 투입된 일부 119대원들은 지하층 일부 구역에서 옥내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하기도 했다.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프링클러 작동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대원들 말이 맞다면 스프링클러 작동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현대아울렛 측은 '119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지하 1층 바닥에 물이 있었다'며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전소방본부장은 연합뉴스에 "현장 출동한 진화 대원 중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하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는 보고도 들어오고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현대아울렛이 자체적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한 소방안전 점검에서 화재감지기 전선 단락·피난 유도등 교체 필요 등 24건을 지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스프링클러나 제연장치 등에서는 별다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현대아울렛이 지적 사항에 대해 개선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행 여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