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한 훅스트라 외교장관 서면인터뷰…칩4에 "관심갖고 지켜봐"
"尹대통령과 뤼터 총리 조만간 서울서 만나길 기대"…"中과 경제단절 원치않아"
네덜란드 "한국과 우린 첨단기술 중견국…반도체 공급망 협력"
한국을 방문하는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모두 "첨단기술 경제를 갖춘 미래지향적 국가이자, 강대국이 아닌 중견국"이라며 경제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훅스트라 장관은 28일 방한 전 연합뉴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외교와 기술, 경제의 조합에 우리의 강점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인공지능(AI)과 같은 신흥기술을 위한 규범과 표준 마련, 우주안보 규범 설정, 사이버안보,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강화" 등을 꼽았다.

훅스트라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에 참석한 뒤 이날 방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오후에 회담하고 반도체와 원전 등 경제 안보 증진 방안과 한반도 및 주요 지역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훅스트라 장관은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어려운 시기다.

우리는 강대국 간 경쟁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처럼 국제적 규범에 대한 위협과 노골적 공격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양국이 처한 환경을 진단했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모두 반도체 공급망 핵심 국가로서 미중 간 패권 경쟁에 따른 세계적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비슷한 도전에 마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생산한다.

미국이 ASML의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고 네덜란드를 압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훅스트라 장관은 중요 교역상대인 중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인 미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는 질문에 "미국이나 한국 등 이런 문제에 대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하는 파트너들과 오가는 대화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보다 일반적으로 말해, 어떤 국가든 위기 상황에서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의존성에 대해 들여다보는 편이 좋다.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발생한 일들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라며 반도체 공급망에도 적용되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 경제를 네덜란드 경제, 또는 세계 경제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가능한 분야는 열린 태도를 취하고, 필요한 분야는 보호하는 것(open where it is possible, protective where it is necessary)이 우리의 기본적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각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이 원칙을 기반으로 계속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훅스트라 장관은 미국, 한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이른바 '칩4')에 유럽의 반도체 첨단기술 보유국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현시점에선 유럽 국가들의 참가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현재 이런 움직임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만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며 많은 국가가 관여돼 있다"며 "어떤 한 국가가 공급망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양국 기업들의 협력 기회가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략적 중요 분야에 대한 R&D 촉진 등 민간 부문이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정부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훅스트라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재정적 원조와 정치적 지원에 대해 모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단호하게 영웅적 저항을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과 세계경제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이 치르는 희생이 훨씬 크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경제적·인도주의적 지원과 무기 지원, 대러시아 제재 강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국제적 시스템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어렵지만 국제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상 간 교류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조만간 서울에서 만나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국의 가을이 아주 좋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뤼터 총리는 지난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할 때 올해 가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윤 대통령은 흔쾌히 초청한 바 있다.

당시 뤼터 총리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내년 국빈 방문 초청도 전달했으며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수락했다.

훅스트라 장관은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적절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