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해광업공단 직원 절반, 탄원서 서명…인권위 "2차 가해"
기관 경고·주도자 징계…박영순 의원 "피해자에 가혹한 고통"
"성추행 할 사람 아냐"…'가해자 선처' 집단 탄원 방치한 공기업
직장 내 성추행 피해 직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지 못한 공기업이 정부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2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공단에 대한 기관경고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공단 전 직원에 대한 인권 교육 실시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도 함께 권고했다.

사건은 2019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단 직원 A씨는 출장을 가는 차량에서 피해자가 잠이 든 틈을 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수 차례 했다.

잠에서 깬 피해자가 항의하자 A씨는 "미안해. 괜히 막 마음이, 관심이 갔나 봐"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법 1심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A씨와 다른 직원 B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로부터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았다.

탄원서에는 "A씨는 강제추행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A씨 호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다', "피해자의 오해로 인해 비롯된 사건이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단 전체 직원 250여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0여명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고 처리하는 고충 상담원 3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로부터 관련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는 집단 탄원을 '2차 가해'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집단 탄원을 주도한 B씨를 징계할 것을 공단에 권고했고 공단은 B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B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A씨는 형이 확정된 뒤 당연면직 처리가 된 상태였기에 2차 가해로 인한 징계는 따로 받지 않았다.

박영순 의원은 "공단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가해자를 두둔했다는 사실은 피해자에게 가혹한 고통이었을 것"이라며 "성 비위는 신속한 사건 처리뿐 아니라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추행 할 사람 아냐"…'가해자 선처' 집단 탄원 방치한 공기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