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이상 장소서 의무 사라져…경기장·테마파크 등 '노마스크'
미착용 늘었지만 상당수 여전히 써…"시원·홀가분" vs "아직 어색"
대형사업장들 자체 착용지침 유지…대규모 집회도 "써달라" 권고
맨얼굴로 외친 "대∼한민국"…야외마스크 해제 첫날(종합2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1년 5개월여 만에 전면 해제된 26일 거리와 도심 공원·관광지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실외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고 할지라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대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마스크 벗기를 주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집단감염 여파를 크게 받는 대형사업장 등은 실외 마스크 착용 지침을 자체적으로 유지하며 감염병 차단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날부터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야외 집회, 공연, 경기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해제되면서 축구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모처럼 마스크를 벗은 채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과 우즈베키스탄의 평가전을 찾은 축구 팬 중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벗고 응원했다.

맨얼굴로 외친 "대∼한민국"…야외마스크 해제 첫날(종합2보)
김세론(29) 씨는 "유관중이어도 마스크를 꼭 써야 했고, 음식물도 마음껏 섭취하지 못했던 게 제일 답답했다.

마스크를 조금만 내려도 제재를 받곤 했는데 오늘은 자유롭고 편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중이 많지 않은 만큼, 오늘은 평소보다 더 소리를 내 '일당백'으로 응원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길거리를 비롯한 일상 공간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이 부쩍 늘었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는 오전 10시 개장부터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거나 손에 든 방문객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마스크 착용자가 다수였지만, 아기자기한 소품과 조형물이 설치돼있는 정문 앞 광장에는 마스크를 벗은 채 가족과 친구, 연인과 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야외 공간에서 줄을 서는 사람들 중에도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거나 일행과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맨얼굴로 외친 "대∼한민국"…야외마스크 해제 첫날(종합2보)
광주광역시에서 유치원생 아들과 먼 길을 찾아왔다는 주부 최모(32) 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을 때는 아이들이 밖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놀아야 해 지켜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오늘은 마스크를 벗겨 주었는데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고 뛰노는 손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 60대 여성 방문객은 "아이의 마스크 벗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좋다"면서도 "아무리 실외라고 해도 감염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줄 서는 곳 등 사람이 다닥다닥 모이는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쓰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중앙대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학생들 자율에 맡긴 가운데 이날 운동장에서 열린 가을운동회에 참가한 3학년 학생들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벗었다.

이 학교에 입학한 후 줄곧 마스크를 썼다는 3학년 박모(9) 군은 "그래도 마스크를 벗는 게 좋다.

시원하다"고 했다.

맨얼굴로 외친 "대∼한민국"…야외마스크 해제 첫날(종합2보)
하지만, 경기 수원과 의정부 도심에서 만난 출근길 시민 상당수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인천·대구·광주 등 전국 광역시 시민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분주히 일터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 수원역을 이용한 임모(29) 씨는 "실외라고 해도 아직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기가 눈치 보여 출근하는 내내 착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하철 이용객 백모(28) 씨도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워낙 익숙해져 의무 조치가 해제된 뒤에도 다들 착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관광지나 도심 공원 등으로 야외 활동을 나선 시민 중에서도 마스크 벗기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았다.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을 찾은 관광객 김모(56) 씨는 "독감도 유행 중이어서 아직 마스크를 벗는 게 불안하게 느껴진다.

이제 마스크가 익숙해져 가능하면 계속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 용지호수공원을 찾은 한 시민(51)도 "지금은 양말 신듯 적응됐다"며 당분간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맨얼굴로 외친 "대∼한민국"…야외마스크 해제 첫날(종합2보)
의무는 해제됐으나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해 실외 마스크 착용을 자체적으로 권고하는 움직임은 여전히 이어졌다.

에쓰오일 온산공장과 SK울산콤플렉스 등 울산 지역 주요 석유화학업체는 공장 부지 안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 지침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지침에 따라 해당 업체 직원과 작업자는 구내식당을 오가거나 야외 이동 시에도 마스크를 챙겨 썼다.

한 석유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하면 생산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우선은 상황을 파악한 후 야외 마스크 착용 지침 해제를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맨얼굴로 외친 "대∼한민국"…야외마스크 해제 첫날(종합2보)
이날 3천여 명 규모의 거리 집회를 연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도 참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오후 2시 수원시 경기도청 옆 도로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서는 "의무가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잘 착용해달라"는 주최 측 안내 방송이 이따금 이어졌는데, 실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참가자는 20명에 한 명꼴로도 찾기가 어려웠다.

집회 참가자 이모(52) 씨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집회를 통해 감염이 확산했다는 말이라도 나오면 집회의 목적이 퇴색될 것"이라며 "답답해도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버스 노동자들은 다수의 시민과 접촉하는 만큼 방역에 좀 더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합법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마스크 착용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환 강태현 권준우 김근주 김동민 김상연 김재홍 나보배 박지호 정회성 천경환 최재훈 최종호 황수빈 윤우성 김솔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