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중·고교 대다수는 인공지능(AI) 심화 교육과 거리가 멀다. 정규 중학교 수업에선 많아야 1주일에 한 시간 동안 시간에 쫓기며 기초적인 블록코딩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는 게 전부다. 전국 초·중·고교 1만2000여 곳 중에서 일부 의욕 있는 정보교사가 있는 3~4%의 학교에서만 기업 도움을 받아 AI 심화 교육을 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 고양시 백신중에서 파이썬 교육을 하는 정웅열 교사는 “우리 학교는 대기업의 도움으로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학교에는 기회가 없다”며 “정규 교육과정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제대로 AI 교육을 받는 게 힘들고, 배우는 학생만 더 배우다 보니 격차가 생기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해외 사정은 다르다. AI 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초·중·고교 정규 수업 과정에도 기업이 참여해 한국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 2003년부터 꾸준히 AI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2018년 이후 정보통신기술(ICT)기업, 에듀테크기업과 협력해 교과서를 만들었다. 한 국내 AI 전문가는 “한국의 고교 수준 내용을 중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펴낸 ‘중국의 인공지능 교육 동향 탐색’ 보고서를 보면 중국에서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출판된 AI 교과서 11종 중 10종은 기업과 사범대 교수들이 협력해 집필했다. 바이두, 아이플라이텍, 센스타임 등과 같은 ICT기업, 선전러즈로봇유한공사 같은 에듀테크기업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 협력기업에선 교과서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 플랫폼과 교구를 함께 제공한다. 유치원 단계에는 레고형 블록을 제공해 자동화 기계나 로봇을 제작하고 초등 3·4학년 단계는 학생이 신호등, 자동차, 가로등을 제작·제어하는 피지컬 컴퓨팅을 체험하는 식이다.

모든 연령과 수준을 포괄할 수 있게 교과서 종류도 다양하다. 선전러즈로봇유한공사가 집필한 ‘인공지능 실험 교재’는 33권으로 구성될 정도로 방대하다. 단계별로 유치원생부터 직업학교 학생까지 사용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은 물론이고 아두이노를 사용하는 메이커 교육, 로봇과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식이 담겨 있다. 센스타임 교과서 중에는 일반 고교생이라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된 내용의 ‘인공지능 기초’도 있고, 보통 수준의 ‘인공지능 입문’도 있다.

보고서는 “기업과 대학이 보유한 최고급 전문지식이 청소년과 일반인에게 전달되도록 교육이 설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