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으로 1984년 건립…학생·장병 등 年 20만명 방문
[인천돋보기]⑨ '안보교육 산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정상에서 인천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인천시 연수구 청량산. 이 산의 남사면 기슭에는 행인의 이목을 끄는 웅장한 석조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유엔군이 전쟁의 판도를 단숨에 역전시켰던 인천상륙작전의 의미와 교훈을 기리는 기념관이 그곳이다.

[인천돋보기]⑨ '안보교육 산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 "성공 확률 5천분의 1 미만"…전세 바꾼 승부수
한국전쟁 발발 이후 연패하며 석달도 안돼 낙동강까지 후퇴한 유엔군은 맥아더 사령관의 지휘 아래 북한군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작전명 '크로마이트'(Operation Chromite)로 명명된 이 작전은 한반도 중부에 있는 인천에 기습 상륙해 서울을 탈환하고 북한군의 병참선을 차단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미군 수뇌부에서는 극심한 조수간만의 차와 넓고 긴 갯벌 등 불리한 조건으로 이 작전의 성공 확률이 5천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군산이나 평택으로 상륙 장소를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 '디데이'인 1950년 9월 15일.
미군 1해병사단과 7사단, 국군 해병연대와 17연대 등 총 7만5천명의 지상군과 함선 261척으로 구성된 대규모 상륙부대는 첫 번째 공격목표인 녹색해안(현 월미도)에 오전 6시 33분 상륙했다.

그날 오후에는 적색해안(현 북성동)과 청색해안(현 용현동)에도 상륙해 해안 교두보를 확보하고 치열한 시가전 끝에 인천을 점령했다.

이어 9월 18일부터 서울 탈환작전에 나선 유엔군은 9월 28일 서울을 완전히 수복해 한국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천돋보기]⑨ '안보교육 산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 '구국의 작전' 찬사 뒤에 민간인 희생도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구국의 전환점'으로 높게 평가받지만, 작전 중 무고하게 희생된 인천 주민들의 사연은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08년 '월미도 미군 폭격사건 진실규명 결정서'에서 "월미도 거주 민간인들이 1950년 9월 10일 인천상륙작전에 선행한 미군의 폭격으로 집단희생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폭격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 수를 100여명으로 추산했다.

인천시는 작년 월미공원에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비를 세웠다.

위령비에는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엔군 소속 미군의 폭격으로 월미도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원주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인천시는 이와 별도로 2019년 제정된 시조례를 근거로 월미도 미군 폭격 피해 주민과 유족 23명에게 월 25만원의 생활안정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천돋보기]⑨ '안보교육 산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 "전쟁 막아야"…기념관 건립에 시민 동참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지난 1984년 인천시 예산 28억원과 시민성금 15억원을 합친 43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당시 인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 기업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모금에 발 벗고 나섰다"며 "기념관은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보존하려는 인천시민의 열망이 모인 시대적 산물이었다"고 회상했다.

맑은 날이면 멀리 팔미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표지석에는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새겨져 있다.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막아야 하며 이런 비극이 이 땅에 또다시 되풀이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 길은 국력을 신장시켜서 평화적 통일을 성취하는 길뿐이다".
[인천돋보기]⑨ '안보교육 산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2만4천여㎡ 부지에 들어선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은 전시관과 영상관, 야외전시장, 자유수호의 탑, 전망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간 20만명의 학생과 장병,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찾는 기념관에는 인천상륙작전 관련 유물과 자료 730여점이 실내외 전시돼 있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의 전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디오라마와 한국전쟁 당시 무기·유물 등을 접할 수 있다.

맥아더 장군 흉상과 관련 자료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멋진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수륙양용장갑차와 상륙주정, 함포, 전차, 정찰기 등 퇴역한 실제 군 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인천시가 관리·운영하는 기념관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에 휴관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고 관람료는 무료다.

사전에 예약하면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