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길다고 외국인 통장개설 거절한 은행…인권위 "간접차별"
영문 이름이 길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통장 개설을 거절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외국인 A씨는 지난해 7월 B은행의 한 지점에서 개인사업자 통장 계좌를 개설하려다 영문 이름이 길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은행 측은 개인 계좌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통장 개설 때는 정보 등록을 위해 개인 대표자 성명에 상호를 함께 표시하게 돼 있어, A씨처럼 상호를 포함한 이름이 20자를 초과하는 경우 정보 등록이 불가해 통장 개설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호를 포함해 이름을 20자로 제한한 것은 통장 실물의 예금주명 기재와 거래신청서상의 출력 상태 등을 고려한 것으로, 내국인도 20자까지만 고객명 등록이 가능해 국적에 따라 제약을 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고객명을 20자 이상 초과해 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용 문제상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시에나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국내 주요 시중은행 5곳을 조사한 결과, 이름이 20자를 넘는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개인사업자 통장 개설이 안 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은행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A씨를 직접적으로 차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중립적인 기준이더라도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했다면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다른 은행 사례에서 보듯이 고객명 기입란 글자 수를 20자 이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고, 다른 은행의 경우 통장 속표지에 예금주명을 표기하는 방법과 송금 시 예금주명을 기재하는 기준을 별도로 정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사업자 통장 개설은 개인의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고, 다른 은행 사례와 B은행의 진술에서 보듯 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사업자 통장 개설시 고객명 기입란 글자 수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