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탈레반 재집권 1년 실태 조사…"하루 평균 수입 1달러 미만"
"아프간 아동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아동 노동도 심각"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래 아프가니스탄 아동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를 포기하고 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아동도 상당수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은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4개 지역(헤라트·고르·바드기스·파르야브)의 남성과 여성, 아동 등 871명을 인터뷰한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가구의 하루 평균 수입은 1달러 미만(미화 0.95달러)이며, 조사 대상 어린이의 절반 이상(53%)이 급성 영양실조 상태로 드러났다.

대부분 가구는 파종할 씨앗이 없거나 자연재해까지 겹쳐 가축이 폐사하면서 안정적인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위기는 아동의 노동 문제로 이어졌다.

남자 어린이 10명 중 7명, 여자 어린이 10명 중 5명 이상이 돈을 벌기 위해 학교 대신 일터에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자의 57%도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아프간 아동이 겪는 심리적 불안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부모 중 66%가 '자녀가 정서적 고통의 징후를 보인다'고 응답했다.

공중 보건 시스템도 위기에 처해 있다.

조사 대상 가구 중 25% 만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생아 중 64%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태어나 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가까운 병원을 가려면 도시에서는 평균 1시간 30분, 시골에서는 평균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1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 월드비전 회장은 "세계 각국 정부와 의사결정자들이 다른 위기 상황을 우선시하는 동안 너무 많은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살아남은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으며, 조혼과 아동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세상 모든 아이처럼 아프간 아이들이 놀고, 배우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여야 한다"며 세계 각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아순타 회장은 오는 17일 국회에서 열리는 정책 포럼에 참석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관심과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