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교회측 난색…구청 "건축법상 문제없어"
인천서 종교시설 신·증축 놓고 '조망권' 갈등
4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주택가.

길가에는 '주민 동의(배려) 없는 교회 신축 반대한다', '주민 생활권 침해하는 교회 신축 반대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게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아파트단지 2개를 사이에 두고 10m 안팎 거리에 연면적 3천466㎡ 규모의 지상 4층짜리 교회를 짓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조망권 침해 우려와 함께 주거지 인근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 교통체증 등으로 피해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이모씨는 "아파트보다 더 높은 종교시설이 동쪽 면을 다 막을 정도"라며 "소음은 물론이고 악취와 먼지로 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교회 측은 입주자대표회와 3차례 만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사장 출입구 반사경과 안전 표지판 설치, 공사 시간 조정 등 요구안을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조망권 침해 주장이 나와 예정된 위치보다 6.9m 정도 옮겨 교회를 짓기로 했다"면서 "그런데도 건물의 층고를 아예 낮춰달라는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서 종교시설 신·증축 놓고 '조망권' 갈등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의 재개발 지역에서도 주거 밀집지 인근 종교시설 건축 공사로 비슷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곳에는 지난해 말 800여세대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가운데 인접 교회가 증축 공사에 나서면서 조망권 침해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교회와 100m 떨어진 곳에서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인 또 다른 교회도 6층짜리 아파트 바로 앞 부지에 조성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아파트와 교회 건설 현장 사이에는 방음벽이 설치됐으나, 주민들은 거실에서 교회 벽면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교회는 정식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민원이 이어지자 난색을 보였다.

한 교회 관계자는 "7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켰고, 그동안 주변 재개발로 불편을 감수하다가 이제는 교회도 낡은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라며 "난감한 부분이 있으나,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서 종교시설 신·증축 놓고 '조망권' 갈등
건축 허가를 심의하는 관할 구청들은 소음·분진 피해 예방 등에 관한 협조 요청이 가능하지만, 이미 법적 기준을 충족한 건물에 대한 공사 자체를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건축법에 따르면 주거지역에서는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해 기존 건물과 일정 간격을 두고 건물을 지어야 한다.

건축물 높이가 9m 이하인 부분은 정북 방향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1.5m 이상, 건축물 높이가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해당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의 간격을 두도록 했다.

이처럼 법에 따라 일조권을 보장하는 기준은 마련돼 있으나, 조망권에 관해서는 명시된 내용이 없어 해당 민원에는 손쓸 방법이 없다.

부평구 관계자는 "주민들 입장에선 갑자기 없던 건물이 생기니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정해진 규격에 맞게 지어지는 건물을 구청이 임의로 규제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경배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는 "법적 기준으로 일조권 등을 보장한다 해도 주민들이 체감하는 부분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며 "행정청은 건축 허가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 역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