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 제자리에 직원들 구하다 참변 당한 안준호 씨 의사자 심의도 지연
인재로 3명 숨진 목동 수몰사고…책임자 재판 3년째 답보
"국가와 기업이 저지른 안전불감증이 점점 잊히고 있다는 것이 가족들은 허망할 뿐입니다.

"
3년 전 양천구 목동 빗물배수시설 공사장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을 구하려다가 숨진 고(故) 안준호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3주기에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꼭 3년 전인 2019년 7월 31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시간당 20㎜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자동'으로 설정돼 있었던 빗물 배수시설 수문이 개방됐고, 물 6만1천t이 지하 터널로 쏟아져 들어왔다.

안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협력업체 직원 2명과 이들을 대피시키러 터널로 들어간 현대건설 정직원 안씨는 빗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안씨 부친은 "시간이 흘렀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1년 9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시공사·협력업체·감리업체 관계자 6명과 양천구청 치수과 공무원 1명, 시공사인 현대건설, 협력업체 법인 등 2곳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목동 수몰사고는 책임자들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피고인들은 공사 진행 현황과 수문 운영 상황을 공유하거나 비상시 근로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정보공유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전에도 비슷한 사고들이 있었다.

같은 해 사고 약 두달 전인 6월 초에는 정전으로 수문이 개방돼 근로자들이 작업 중인 터널에 빗물이 유입됐고, 불과 사흘 전인 7월 28일에는 근로자들이 작업 중인 상황에서 수문이 열려 긴급 대피하는 사고까지 났는데도 현장 책임자들은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보용 설비와 튜브 등 안전 장비, 지상과의 통신수단 등은 준비되지 않았으며, 현장 관계자들은 호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기상 상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다.

사건 당일 수문이 열린 사실은 현대건설 직원들만 가입된 메신저 채팅방에 공지됐고, 이를 본 안씨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수문 개방 사실을 알리러 터널에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첫 재판은 검찰의 기소 이후 1년 뒤인 올해 4월 2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피고인들은 모두 "공소사실을 다투겠다", "무죄를 주장한다"며 지난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재판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씨에 대한 의사자 선정 여부도 결론이 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상자법에 따르면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은 의사자로 인정될 수 있는데,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안씨의 구조행위가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 1심 재판이 끝나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씨는 생전 동료들과 신망이 두텁고 협력업체 직원들을 아끼는 등 나눔을 실천해왔다고 한다.

지난 4월엔 안씨 가족이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고 안씨를 특별회원으로 추대해 사랑의열매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도 가입됐다.

안씨의 부친은 "현대건설에서는 정직원이 하청업체 직원 구하려다가 죽은 게 처음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우리 아들은 그런 것들 따지지 않다가 죽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책임감 때문에 직원들을 구조하려고 한 건데 그 때문에 인정이 안 된다니 (허탈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1심 재판이 끝나고 의사자로 선정되면 사건 발생일부터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