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펴낸 한인정 작가
"이주정책, 당사자인 이주민의 목소리 반영돼야"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이 정도 차별은 받아도 돼'라는 인식이 잘못된 사실이란 걸 알리고 싶었어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하던 2020년 초 충북 옥천군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을 중심으로 한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가 결성됐다.

전국에 다문화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단체도 늘고 있지만, 이주민 스스로 비영리 민간단체를 꾸린 것은 드문 일이라 주목을 받았다.

"이주민은 차별받아도 된다는 인식…잘못이란 사실 알리고 싶어"
당시 옥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던 한인정(33) 작가는 최근 이 단체의 결성 과정과 결혼이민자의 인권 상황 등을 담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를 펴냈다.

한 작가는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여러 외국인을 필요에 의한 도구가 아닌, 존재 그대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며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의 현실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옥천군에 사는 이주여성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여 명이 가입한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를 두고 한 작가는 '이주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살아가기 위해 힘을 합쳐 결성한 단체'라고 했다.

그는 "부당함과 구조적인 모순에 저항한 용감한 이주여성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여러 이주민 지원기관이 있지만, 선주민의 시각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주여성은 한 작가의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차별과 편견을 겪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그들의 모국이 얼마나 가난한지, 그래서 얼마 받고 시집왔는지, 본가에는 얼마씩 송금하는지 등을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이주민은 차별받아도 된다는 인식…잘못이란 사실 알리고 싶어"
그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굳이 '베트남'이나 '월남'이라고 부르거나, 처음 본 사이임에도 서슴없이 반말하기도 했다"며 "왜 협의회를 결성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됐다"고 했다.

이어 "이는 '국적이 다르니까 이 정도 차별은 있어도 된다'고 여기는 인식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주여성을 둘러싼 오래된 편견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게 한 작가의 바람이자 출간 목적이다.

"이들이 왜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왔는지, 여기서 어떤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담담히 알리고 싶었어요.

평범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본다면 선입견도 해소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우리가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주민과 이주민 간에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
실제로 이주여성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마을 주민의 일원으로 무엇이 힘들고 어려운지 들어달라는 게 이들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출판은 자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차별이 당연하다고 여긴 적도, 이들이 겪는 부당한 상황을 외면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며 "나부터 오래된 편견을 깨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이제까지 이주민 관련 정책은 선주민 중심으로 꾸려져 왔다"며 "노동력 확보나 혼인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 등으로 이들을 바라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삶을 온전히 이해해야만 한다고 믿는다"며 "이 책이 앞으로의 이주 정책을 세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주민은 차별받아도 된다는 인식…잘못이란 사실 알리고 싶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