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차량 의심 신고에도 측정 안 해, 경찰 "봐주기식 수사는 아냐"
"퇴직 서장과 수사관 유착 의심"…뺑소니 피해자, 검찰 고발키로
경찰이 무면허 뺑소니 사고를 낸 운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피해 차량 운전자의 말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운전자가 다름 아닌 사고를 낸 도로를 관할하는 경찰서의 전직 서장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수사관이 가해자와 유착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일 전북경찰청과 피해 차량 운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시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교차로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BMW 차량이 무리하게 차선을 바꿔 진입하다가 싼타페 차량의 옆 부분을 들이받은 것이다.

명백한 사고 상황에도 BMW 차량은 별다른 조처 없이 속력을 올려 현장을 떠났다.

피해 차주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차량 움직임을 봤을 때 음주가 의심된다"며 가해 운전자를 상대로 한 신속한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한 지 5시간 만에 피해 차주에게 연락해 "가해 차량을 이제서야 특정했다"고 말했다.

음주 측정 여부를 묻자 "시간이 지나서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고 피해 차주는 주장했다.

피해 차주 가족은 "가해자가 전직 경찰서장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음주 사고를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아 항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다"며 "경찰은 믿을 수 없어서 가해 운전자와 담당 수사관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가해 운전자 A씨는 전직 총경으로 수년 전 사고 낸 도로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가 차량을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조사에서 "내가 사고를 냈다고 인지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봐주기식 수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운전자와 연락이 늦게 닿아서 파악이 좀 늦어진 면이 있다"며 "당시 음주 측정을 하지 않는 등 초동조처에 문제가 있었다고는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해 운전자가 과거에 어떤 자리에 있었든 수사는 수사대로 철저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