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맞아 농활 기획 한창…일부 대학 10대 1 경쟁률
'농활 사용설명서' 강연 등장…"농촌 경험·대학공동체 부활 기회"
'비가 와도, 땡볕이어도 좋아'…3년 만의 농활에 대학가 '설렘'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성큼 다가온 요즘. 뜨거운 땡볕 아래서 일하는 농민들을 찾는 청년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재개한 농촌봉사활동(농활)에 나선 대학생들이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주요 대학은 거리두기 해제에 발맞춰 이번 여름방학에 농활을 재개한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내달 6일부터 12일까지 충남 논산과 부여에서 농활을 진행한다.

건국대 총학생회도 내달 5일부터 9일까지 경기 가평에서 농활을 계획 중이다.

성균관대는 이미 이달 13일부터 18일까지 경북 상주시 일대 12개 마을에서 감자 수확, 제초 작업, 포도 순 정리 등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도왔다.

오랜만의 단체 봉사 활동이라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한국외대는 오는 26일까지 약 10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는데 지원 첫날에만 70∼80명이 지원했다.

성균관대도 총 12개 팀을 뽑는데 100개 팀 이상이 지원해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하기도 했다.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지 못한 '코로나 학번'의 억눌린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농활에 같이 갈 팀원들을 모집하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여러 학생이 댓글을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농활에 다녀온 성균관대 경영학과 김무진(22)씨는 "서울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농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보람이 더 컸다"며 "1, 2학년 때 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이라도 다녀와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가 와도, 땡볕이어도 좋아'…3년 만의 농활에 대학가 '설렘'
농활 경험이 없는 '코로나 학번' 학생회를 대상으로 실무 준비 사항을 알려주는 강연도 등장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 18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농활 사용 설명서' 강연을 열고 농활 예산, 식단, 프로그램 짜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강연에서는 농활의 역사와 의미에서부터 사전답사, 교양 활동, 마을잔치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세부 조언들이 쏟아졌다.

농촌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식자재를 미리 체크하라는 '꿀팁'이나 새참 때 술을 마시고 작업할 땐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도 알려줬다.

강연을 들은 김민경 건국대 문과대 학생회장은 "코로나 시기에 학생회 대(代)가 끊겨서 참고할 만한 자료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 강연이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농활이 농촌을 이해하고, 느슨해졌던 대학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민지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도시에 사는 입장에서 농민 의제와 농촌 문제를 알기란 쉽지 않다"며 "자기 입장에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은 무슨 이유에서 어떤 주장을 하는지 알 기회"라고 말했다.

김민경 학생회장도 "코로나 시기에 대학 내 공동체가 붕괴하다시피 했다"며 "건강한 공동체가 무엇이고 대학에서 왜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