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인 완전체 구성' 험로…위상 불명확하고 교육부 수장도 아직
"위원들, 추천기관 이해관계 빼고 중립성·전문성 높여야"

국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맡을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 출범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심의·의결, 공포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오는 7월 21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임기 3년의 위원 구성부터 교육부, 시도교육청과 기능이나 역할 분담은 여전히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법 제정 취지대로 안정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하려면 국교위가 정치성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중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한달 앞으로…구성부터 역할까지 안갯속
◇ 기관별로 추천만 하면 임명…21명 '풀 구성' 못하고 출범하나
국교위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업무·인사·예산의 독립성이 인정되며, 그 법적 지위에 따라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와 시도교육청, 자치단체는 사회적 합의를 거친 국교위의 결정 사항을 따라야 한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다음 달 21일 국교위법 시행을 앞두고 직제 및 예산 확정을 위해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는 등 행정·실무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위원회 구성은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교위법에 따르면 위원 21명 중 5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에서 9명을 추천한다.

교원관련단체에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전문대교협에서 2명, 시도지사 협의체가 1명을 추천한다.

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는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장상윤 차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다.

6·1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점까지 고려하면 정부·여당 추천인 또는 당연직은 21명 중 과반(11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구성에 가장 큰 문제는 21대 하반기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국회 추천 몫이다.

상임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9명을 여야가 어떻게 나눠 추천할지 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고 위원들도 각 기관·단체가 추천만 한다면 대통령이 즉각 임명할 수 있기에 얼마든지 구성에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완전체'가 아니더라도 의사결정이 가능한 수준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위원들만 임명된 상태로 출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교위법에 따르면 국교위 의사결정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 위원 3명만 임명된 상태에서 출범했다.

나머지 비상임 위원 7명은 공식 출범 사흘 뒤 내정됐으며,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나 첫 위원회 회의를 열 수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도 있지만 7월 21일 출범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한달 앞으로…구성부터 역할까지 안갯속
◇ '교육정책 추진 주체 이원화'…새 정부에서 위상 불명확
국교위법에 따르면 국교위는 학제와 대학입학정책부터 교원정책, 학급당 적정 학생 수까지 중장기 교육제도와 여건 개선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 단위로 수립해 국가 정책의 큰 틀을 잡아야 한다.

교육과정 연구·개발·고시도 맡는다.

2025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개발 중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예외적으로 교육부 장관이 연말까지 고시하도록 돼 있으나 그 전에 국교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국교위법 부칙으로 정했다.

그밖에 교육정책에 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조정하는 역할까지 주어진다.

국가교육발전계획에는 대입정책이 포함된다.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의 대입 때부터 적용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 개편이 국교위를 기다리는 가장 큰 사안 중 하나다.

이렇게 법이 교육과정과 대입정책 등 중요 교육 기능을 국교위 소관으로 정해두고 있으나 이제까지 이 역할을 맡아온 교육부와 그 권한과 기능에 대한 분담이 얼마나 명확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 또는 표집조사로 해야 하는지 논란이 됐는데 이를 국교위 혹은 교육부가 결정할지,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지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전수 학력평가'를 약속했고, 교육감선거에서도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이 전수 평가를 공약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와 관련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제고사와 연결돼 있어 국가교육위 등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과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올해 2월 출간한 책 '대입 제도, 신분제도인가? 교육제도인가?'에서 대입제도와 국교위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면서 국교위 운영에 따른 교육정책 추진 주체의 이원화 문제를 짚었다.

이들은 "교육정책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수 정책을 총괄적으로 조정하면서 패키지로 추진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느 것은 국교위 계획에서 정하고 어느 것은 교육부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정해서 추진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많은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교위법이 지난해 국회 상임위원회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던 만큼 주요 정책 심의·의결기구로서 국교위의 위상이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 법 제정 때만큼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국정과제에서 국교위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

국교위설립준비단을 운영하는 교육부에도 이 문제를 총괄하고 관장할 수장은 계속 공석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인철 후보자 낙마 이후 박순애 후보자가 지명됐으나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 기한은 18일이었지만 주말이라 오는 20일로 변경됐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한달 앞으로…구성부터 역할까지 안갯속
◇ "정파 초월하고 교육 전문성 높여야"
국교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되기는 했지만, 그보다 오래전부터 정권을 초월해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나라의 중장기 교육 비전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은 진영과 관계없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까지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지낸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정권이 만든 정책에 반대하는 진영은 거리에서 불만을 얘기하는데, 그게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며 "공론장을 만든 것이므로 의사결정 과정이 시끄럽더라도 최선의 장치로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교위가 설치 취지대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안정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하려면 정치성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중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반 교수는 "누가 추천해 들어왔든지 관계없이 아이들을 위해 진지하게 일해야지,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는 사람이 위원이 되면 안 된다고 본다"며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교위법 자체를 여야 합의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위원회 구성에 대표성만 살리다가 전문성을 놓치는 바람에 의사결정이 어려워진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교육적 목표, 전문성을 가지고 아이들만 보며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남수 전 장관과의 공저에서 "국교위 성격을 합의제 행정 기관에서 대통령에게 교육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심의·의결기구로 바꾸고 국교위가 의결한 사항에 대해서는 대통령, 국회, 각 중앙행정기관이 존중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을 신설한다"는 방안을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