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 봉사모임…'묵묵히, 티 내지 말고' 조용한 봉사활동 눈길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30년이 훌쩍 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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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30년 이어온 봉사…기아 성심회 박재우 회장
기아 가톨릭 성심회는 지금은 기아 오토랜드 광주로 사명이 바뀐 옛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근무하는 가톨릭 신자의 모임이다.

일반직이거나 생산직인 이들은 가톨릭이라는 종교적 공통점 말고도 수십 년 넘게 남모르게 꾸준히 이어 온 봉사활동에 또 다른 뿌듯함을 갖고 있다.

이 모임의 가운데에는 1991년 창립 회원으로 가입해 5년 전 회장의 중책까지 맡아 끌어오고 있는 박재우(57.전 주임) 씨가 있다.

고향 목포에서 미션 스쿨 재학 중 소록도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봉사활동에 눈을 뜨게 된 박씨는 "나를 기다려주고 반갑게 맞아주는 어린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잊을 수 없어 다닌 것이 30년을 넘겼다"며 되돌아봤다.

가톨릭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박씨가 첫 봉사활동에 나섰던 곳은 가톨릭 수녀회가 운영하는 아동보호시설과 무의탁 장애인 시설.
회원 모두가 남자고 각종 기계 등을 나름대로 다루는 직업인지라 힘을 쓰고 몸을 쓰는 일부터 찾아 나섰다.

[#나눔동행] 30년 이어온 봉사…기아 성심회 박재우 회장
예초기, 분무기, 삽과 괭이 등은 회원들이 집에서 가져오거나 여의치 않으면 구매해 장만했다.

여름철이며 언제 자랐는지 발목 이상 훌쩍 커 버린 잡초 제거부터 시설 마당에 이리저리 돌도 놓고 꽃도 심어 화단을 가꿔주는 일은 수녀와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였다.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장애인의 몸을 씻어주고 닦아주는 목욕 봉사, 이발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건물 주변 청소와 조경은 물론 식당과 주방도 깨끗이 닦고 청소하는 것은 봉사활동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봄·가을이면 아이들과 함께 주변 놀이공원으로 소풍도 가고, 성탄절에는 산타 복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건넸던 일들은 생각만 해도 미소를 짓게 한다.

자동차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바람을 들어주고자 진행한 공장 견학은 아이들에게는 설렘을, 회원들에게는 뿌듯함을 가슴 속에 남겼다.

박씨는 "아동 보호시설은 성인들이 없어 부서진 가구 고쳐주고 떨어진 커튼 달아주는 등 사소하지만, 회원들이 반드시 해줘야 하는 일이었다"며 "봉사를 나가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성심회의 가장 특징적인 봉사활동의 슬로건은 '묵묵히, 티 내지 말고…'였다.

모임을 만들고 봉사활동을 한 지 수십 년이나 지났는데 누가 좀 알아주지 않고 칭찬, 격려라도 없다면 좀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기에 더더욱 조용히 활동하자고 늘 다짐했다고 박씨는 말한다.

30여 명으로 출발한 모임은 현재 90명 남짓으로 늘었지만, 중간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나눔동행] 30년 이어온 봉사…기아 성심회 박재우 회장
특히 199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위기 속에서 회사가 넘어가게 되면서 회장, 회원이 회사를 떠나는 등 회원 수도 급감하고 활동도 위축됐다.

2018년에는 수십 년 봉사활동을 해오던 시설 한 곳이 폐쇄되면서 다른 봉사 활동 장소를 찾기도 했었다.

코로나19에도 봉사 활동 규모는 다소 줄여도 아이들에게 갔다는 박씨는 "회원 자녀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이 언제부턴가 중단됐는데 다시금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두 아들과 함께 수년간 봉사활동을 함께 다녔던 그 기억과 추억이 지금도 남아있다"며 "성인이 된 아들은 지금도 나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기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30년 이어온 봉사…기아 성심회 박재우 회장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조용한 봉사 모임을 강조한 박씨는 모임을 만들고 이어온 전 회장단과 회원들의 노력이 모여 성심회를 있게 한 것"이라며 "저는 모임을 대표하는 한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