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정부지원에 양육부담 도맡아…"돌봄 부담 국가가 나눠야"
되풀이되는 발달장애 가족 비극…"희망 보이지 않아"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가운데 장애 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6세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가 양육 부담과 생활고에 못 이겨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5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다 홀로 숨졌고, 최근 경기도 시흥에서는 발달장애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자녀가 장애가 있다고 해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부모들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애 가족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거나 가정불화로 이어지기 쉽다.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녀가 장애 판정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모의 심리적 고충은 더욱 크다고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은 "국가가 아이의 장애를 판정하지만, 이 아이와 어떤 삶을 살 수 있고 앞으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사회의 지원 없이 주변의 냉정한 시선을 견디면서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 부모는 더욱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발달장애인 부모 1천1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족의 돌봄 부담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재활서비스 등 기존에 제공되던 서비스가 끊기면서 전체 응답자의 20%는 '자녀 돌봄 문제로 부모 중 한 명은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돌봄 부담이 가중돼 부모들이 생업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달장애 가정에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가능 시간이 부족하고 보조인 연결도 쉽지 않아 가족들의 양육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장애인단체들의 설명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낮 활동 지원 서비스 개편 및 확대, 지원주택 도입 및 주거지원 인력 배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극을 막기 위해선 부모가 온전히 맡는 발달장애 자녀의 양육 부담을 국가가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새로운 서비스 도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지금 있는 서비스의 양을 대폭 늘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국가가 책임져준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