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동요·영양 악화 방지하려는 듯…"수백톤 즉시 공급"
'코로나 봉쇄' 北, 식량공급 속도전…"된장·강냉이 제때 보장"
북한 평양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강력한 봉쇄가 단행되자 평양시 인민위원회가 선제적인 식량 공급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국가방역사업이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한 데 맞게 평양시인민위원회에서 수백 톤(t)의 식량을 긴급 수송하여 구역, 군들에 즉시 공급하도록 하였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또 "평양강냉이가공공장에서 생산한 많은 양의 강냉이 가공품도 중구역 양정사업소에 제때 보내주게 하였다"며 "기초식품이 부족한 구역들에 간장, 된장을 우선 보장해주는 한편, 6개 구역에는 기초식품 수송차들을 동원하여 수십t의 된장과 간장을 구역 식료품종합상점들에 보내주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기초식품은 간장, 된장, 식용유, 소금 등을 일컫는다.

통신은 시 인민위원회가 많은 양의 남새(채소)를 긴급히 수송했으며, 2만 명에 이르는 이동봉사대원들이 일선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역시 이날 "강도 높은 봉쇄 상황에서 인민들이 겪게 될 불편과 고충을 최소화하고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이동봉사대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란봉구역 식료품종합상점의 한 간부는 신문에 "봉쇄 조치가 취해진 때로부터 현재까지 기초식품과 함께 여러 가지 식료품을 봉사했는데 반영이 좋다"며 "몇 시간 전에도 한 주민이 '사회주의 제도의 고마움을 다시금 뜨겁게 절감하였다'고 전화로 알려왔다"고 말했다.

'코로나 봉쇄' 北, 식량공급 속도전…"된장·강냉이 제때 보장"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발생을 공개한지 엿새 만에 나름 발 빠르게 식량 공급에 나선 것은 중국을 반면교사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시 당국은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지난 3월부터 주민들을 집에 머무르게 한 뒤 식자재와 의약품을 전달하는 체계를 유지했지만, 배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 애를 먹었다.

영양상태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의 성격도 있다.

북한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0%'인 상황에서 충분한 영양까지 섭취하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어서다.

앙킷 판다 미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봉쇄령으로 감염에 따른 사망자를 구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굶주림, 영양실조로 사망자가 나오는 기회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어느 정도 식량 재고를 확보하고 배급 체계를 정비한 뒤 봉쇄령을 내렸을 거로 추정하지만, 관(官) 주도 공급이 장기간 가능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긴급토론회에서 "북한이 현재 코로나19로 지역 간 이동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모내기 일정과 통상 5월 말∼6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밀보리 수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곡물생산량 감소는 내년까지도 식량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지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북한에 당장 백신을 지원하기 힘들다면 식량이라도 시급히 지원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