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력 '올인'에도 피의자 대부분 무혐의…윤석열은 수사 못 해
직권남용 혐의 적용도 포기…재판서 '유죄' 입증도 난항
대선개입 논란 속 수사 나선 공수처, 尹 혐의 입증 실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선판을 흔들었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입건으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후 약 8개월간 수사를 벌여왔으나 정작 윤 당선인은 무혐의 처분하면서 '요란한 빈 수레'란 평가를 받게 됐다.

◇ 대선 개입 논란에…검사 절반 투입해 '올인'

공수처는 대선을 6개월 앞둔 지난해 9월 윤 당선인을 전격 입건했다.

시민단체에서 관련 고발장이 들어온 지 사흘 만이었다.

공수처는 이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으로 윤 당선인을 입건한 상태였다.

당시 윤 당선인은 아직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전이었지만, 국민의힘은 동시다발적 수사에 반발하며 "공수처가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공수처는 비판을 무릅쓰고 의혹의 시작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 등 관련자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제 수사에 나섰다.

전체 검사 인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 '고발 사주 수사팀'도 꾸렸고, 여운국 차장을 주임 검사로 지정하는 등 수사력을 '올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미 수사 중이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사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 등은 뒷전이 됐다.

하지만 출석을 차일피일 미루던 손 보호관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구속영장까지 두 차례나 기각되면서 수사는 위기를 맞았다.

이후 대검을 추가 압수수색하는 동시에 손 보호관·김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어갔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수사 동력은 상실됐다.

결국 조직의 명운을 걸고 8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윤 당선인은커녕 의혹을 푸는 첫 관문인 손 보호관조차 제대로 넘어서지 못했다.

당연히 윤 당선인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한 차례도 소환하지 못했다.

다만 공수처는 "(손 보호관이 근무한)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검찰총장이나 검찰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실제 그렇게 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있다"고 꼬리를 달았다.


◇ 고발장 작성자 못 찾아…공소유지 못 하면 조직 흔들

공수처는 손 보호관을 기소하면서 애초 가장 관심을 모았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다.

고발장 작성자를 끝내 찾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공수처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고발장 작성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공수처는 손 보호관이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범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고 이를 통해 최 의원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밖에 수사 정보 등이 담긴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넘긴 것에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제보자 지모씨에 대한 실명 판결문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문제는 법정에서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거라는데 있다.

우선 손 보호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고발장을 전달했는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실제 이 고발장이 선거에 영향을 줬는지도 따질 대목이다.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행위가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느냐를 두고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손 보호관 측은 고발장에 담긴 내용이 이미 여러 차례 언론 보도로 공개된 내용인 만큼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씨 실명 판결문과 관련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장에도 손 보호관 측은 "김 의원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법정 싸움에서 유죄 입증에 실패한다면 공수처는 '윤 당선인을 겨냥해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수처 설립 이후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무죄까지 받는다면 수사 능력에 더해 공소 유지 능력까지 의심받으며 조직 존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