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테러 개념 확대하고 네트워크 강화할 후속 법률 필요"
총리실 중심의 대테러 정보·수사 곳곳에 빈틈…"법개정 시급"
테러방지법이 공포된 지 약 9개월이 지났지만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 법 개정을 통한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9·11 테러 이후 테러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돼 만들어진 테러방지법은 인권 침해 논란 속에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는데, 여야 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법안 내용에서 제외하면서 부실한 법이 된 게 사실이다.

대테러 업무의 주무 기관도 국가정보원으로 할지, 경찰로 할지, 제3의 기관으로 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가 결국 국무총리실이 역할을 맡게 됐다.

문제는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가 중심 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경찰과 군, 국정원, 소방 등으로부터 파견 인력을 받아 운영되고 있지만 수사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직이다 보니 행정업무만 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 제정 당시에는 미국 국토안보부 모델을 지향했지만 그만큼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센터장 역시 차관급도 아닌 1급인 데다 예산도 한참 부족하다.

임유석 한국테러학회 편집이사 겸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25일 "테러란 개념이 법에 들어왔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테러센터가 총리실 소속이다 보니 정보 수집에 취약하다.

미국의 경우 국가정보실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ODNI(국가정보실장)는 대통령 직속으로 16개 정보기관에서 수집한 테러 정보를 결합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 정부 역시 코브라(COBRA)로 알려진 테러대책본부를 구성해 테러 발생 시 위기관리를 하며, 런던 경시청에도 테러 전담 기구인 스코틀랜드 야드를 내무부 장관 직속으로 뒀다.

이 밖에 해병대 내 대(對)해상 테러리즘 기동대 등도 있다.

독일은 뮌헨 올림픽 테러 이후 대테러 특공대인 제9연방수비대를 창설해 운용 중이며, 연방수사국에도 테러리스트 체포팀이 있다.

연방범죄수사국 내에는 코미사르라는 컴퓨터 정보 시스템도 구축해 테러리스트 단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임 이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테러방지법이 실정법일 뿐 절차법이 아니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후속 법률이 필요하다"며 "또 유엔 지정 테러단체만 인정하는 등 테러 개념도 지엽적이어서 개념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 주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 체계에선 테러가 벌어졌을 때 범죄자 수사를 어디서 전담해야 하는지도 모호한 게 현실이다.

특히, 테러의 경우 일반 범죄와 달리 정보 수집과 수사 업무를 엄격히 구분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국익을 침해하는 테러 범죄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국정원 중심의 시스템을 복원하기보다는 군의 활동범위를 넓혀줘야 한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조홍제 한국테러학회 부회장 겸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테러 사전 정보 수집, 공유, 네트워크가 결합해야 한다"며 "대테러 활동에서 군의 활동 범위가 군 관련 시설 테러 등으로 제약돼 있는데, 현장에서 군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그동안 테러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테러 양상이 다변화하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테러는 확률과 관계없이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크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지금까지는 북한에 의한 테러만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위상도 많이 올라갔고 난민과 이슬람권 유입도 많다"며 "이 밖에도 사회계층 간 충돌과 반사회적 성향 증가, 폭력적 극단주의 등 국내에서 비롯한 '외로운 늑대형 테러' 역시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