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사건 2년 넘게 파기환송심…박영수 전 특검 사퇴 여파로 재판 공전
대법, 삼성합병에 朴 지시 인정…국정농단, 블랙리스트만 남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서 5년여에 걸친 재판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직 시절 발생한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만 남게 됐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는 두 사람이 2017년 1월 재판에 넘겨진 지 5년 3개월 만이며 2017년 11월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지 4년 5개월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되기 전 재판이 시작했으나 문재인 정권 말기에 이르러서야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두 사람은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찬성하도록 공단 내부 의사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라 유죄로 인정됐다.

문 전 장관이 삼성합병 안건을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했다는 점을 유죄의 인정 그거로 봤던 하급심의 판단도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 삼성합병에 朴 지시 인정…국정농단, 블랙리스트만 남아
국정농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40여 명에 달하며 핵심으로 꼽히는 사건은 ▲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 삼성·롯데그룹의 뇌물 공여 및 약속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아직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관한 재판이다.

항소심에서 김 전 비서실장은 징역 4년,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이 판결은 직권남용죄의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가 미진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서울고법은 2020년 2월 파기환송심 사건을 접수했으나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작년 1월 한 차례의 공판만 열고 이후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김 전 비서실장 등을 기소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돼 올해 7월 사퇴하면서 공소유지를 할 수 없게 된 결과다.

검사가 없는 상태로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 삼성합병에 朴 지시 인정…국정농단, 블랙리스트만 남아
반면 블랙리스트를 제외한 모든 사건은 이미 판결이 확정됐다.

가장 먼저 판결을 확정받은 사건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다.

대법원은 최씨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과 공모해 정씨를 입학시키려 면접위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판결을 2018년 5월 확정했다.

이 일로 최씨는 징역 3년,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는 중형을 받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은 파기환송심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가 병합돼 작년 1월 총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말 사면받았다.

마찬가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은 최씨는 박 전 대통령보다 한발 앞서 2020년 6월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 원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이 밖에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기업들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작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막지 않았다는 혐의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