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도 피해자에 최대 5억3천500만원…조정 대상 7천27명
3개월 내 피해자 절반 이상 동의해야 조정 성립
가습기살균제 참사 최종 조정안 나왔다…참사 후 11년만
2011년 수천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한 최종 조정안이 11년 만에 나왔다.

최종안에는 앞서 공개된 초안 및 중간 조정안과 비교해 간병비가 일부 증액됐으나, 나머지 내용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29일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등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최근 피해조정 최종안을 피해자 단체 등에 전달했다.

최종안에 따르면 폐 이식 등을 받아야 할 정도인 초고도 피해자에 대한 지원액은 최대 8천392만(84세 이상)∼5억3천522만원(1세)이다.

연령이 낮을수록 더 많이 지급된다.

피해자 상황에 따라 미래 요양급여, 미래 간병비, 고액치료비, 미성년자 및 가족 내 복수 피해자 추가지원금 같은 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사망 피해자 유족 지원금은 2억∼4억원으로 결정됐고, 이들 유족이 정부에서 받은 최대 1억원 정도의 특별유족조위금·구제급여조정금·추가지원금 등은 제외하고 지급한다.

최종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미래 간병비'다.

앞선 조정안과 비교해 연 300일 이상 간병해야 하는 피해자에게 8년치 간병비를 줄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다만 그 외 피해자 단체가 요청했던 사망 피해자 유족 지원금 상향, 태아 피해자 특별 지원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조정은 조정 대상인 7천27명(피해 판정 대기자 포함) 중 절반 이상인 3천513명이 3개월 내 동의해야 최종 성립된다.

피해자 단체들은 조정안 총액을 별도 계산이 필요한 간병비, 고액 치료비 등을 제외하면 8천억∼9천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조정 액수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투쟁한 끝에 마침내 도출된 최종안인 만큼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는 "피해자마다 입장이 모두 다르겠지만, 최종안이 나오기 전까지 11년 동안 다들 너무 힘들어 했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동의할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5천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 옥시가 현재 배상액이 많다고 반대하는 것으로 아는데 기업들이 분담금을 제대로 낼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 등은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 해결에 책임의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조정위는 피해자 단체들과 제조·유통 기업들 사이에서 조정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정부가 빠진 채 민간 차원에서 구성됐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조정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6개월간 기업과 피해자 및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최종안이 나왔다.

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 참여 의사를 밝힌 피해자 단체는 12개이며, 기업은 9개(옥시레킷벤키저·롯데쇼핑·애경산업·이마트·홈플러스·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