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도 보인다는 호주 산호초 지역서 대규모 백화현상
[기후 위기와 해양] ⑩ 물고기 서식지 산호초가 사라진다
2017년 개봉한 미국 자연재해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백화현상으로 산호 군락이 급속하게 죽어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백화현상은 다양한 빛깔의 산호가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산호는 표면을 감싸고 있는 공생조류의 광합성 작용으로 인해 갈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 빛깔을 나타내는데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산호가 스트레스를 받아 이들 공생조류를 배출하며 색을 잃는 것이다.

문제는 산호가 공생조류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수온이 정상으로 돌아와 산호가 공생조류를 다시 흡수하지 않으면 하얗게 변해버린 산호는 결국 굶어 죽게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 산호의 50%가 죽었다고 말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향후 30년 이내에 산호가 전멸한다고 경고한다.

2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산호 군락은 해양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해양 어종 25%의 서식처이자 먹이를 제공하는 곳이다.

전 세계 어획량의 9∼12%를 차지하며 5억명 이상의 인류에게 식량의 원천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와 해양] ⑩ 물고기 서식지 산호초가 사라진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대산호초)의 산호가 1995년 이후 절반가량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1981년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산호가 감소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이미 2차례나 표결에 부치기도 했다.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세계 유산 목록에서 퇴출하기 위한 수순이다.

관광산업을 주로 하는 호주가 전방위 외교전으로 위험 유산 등재는 피했지만, 전 세계 환경 활동가들은 '위험 유산' 지위를 받아들이고 기후 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바다는 어떤 상황일까?
산호 전문가인 황성진 우석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산호는 170여 종으로 이 가운데 백화현상과 관련 있는 공생조류를 가지고 있는 종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는 국내 바다는 영양염류가 많아 햇볕의 투과도가 낮기 때문에 공생조류를 가지고 있는 산호가 많지 않고, 계절적 영향으로 수온이 18도 이상 유지되지 않아 산호초 지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하지만 바다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공생조류가 없는 국내 산호 중에서도 세포 사멸에 의해 조직이 괴사해 죽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황 교수는 "바다 수온이 급격히 오른 2018년 전남 가거도에 군락을 이루고 있던 연산호의 하나인 빨강해면맨드라미가 국지적인 멸종에 이를 정도로 타격을 심각하게 입은 적이 있다"면서 "관련 부처에서 보호종 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산호군락의 멸실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해양 수온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