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운영주체에 손배 청구"…상반기 전문기관 용역, 원점서 정상화 방안 수립
시행사도 맞소송 방침…정상 개관까지 상당 시일 걸릴 전망
건물만 선 '창원SM타운' 개관 물거품…시, 실시협약 해지
경남 창원시가 건물 외관만 들어선 채 2년 가까이 문을 열지 못한 창원문화복합타운(SM타운) 사업의 실시협약을 끝내 해지하기로 했다.

현 사업 당사자들과는 더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원점에서 새로 정상화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다.

시는 22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문화복합타운 시설 완비 등 책임이 있는 시행사 측 귀책을 물어 이날 실시협약을 해지하고, 사업 참여자들에게 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창원문화복합타운 사업 당사자는 2017년 변경협약 기준으로 ▲ 창원시(주무관청) ▲ 창원아티움씨티(시행사) ▲ SM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 자회사인 SM타운플래너(운영참여자) ▲ 주식회사 창원문화복합타운(운영자)이다.

시는 운영 주체 측에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개관 지연에 대한 귀책 사유가 있음을 공식 통보했다.

또 최근까지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두 차례 요구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고 앞으로 개관의 여지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건물만 선 '창원SM타운' 개관 물거품…시, 실시협약 해지
정현섭 경제일자리국장은 "운영 시점에 이르자 시행사는 SM과의 시설 투자, 콘텐츠 비용, 운영손실책임 등으로 갈등을 빚으며 협약에서 정한 사업 기간(2020년 4월에서 2021년 2월로 한 차례 연장)을 준수하지 못했다"며 "운영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콘텐츠를 완비하지 않아 개관을 불가하게 하는 등 사업 시행을 지연 또는 기피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개발 이익만 얻고 시설 완비와 운영에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이른바 '먹튀'를 연상케 하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태를 보인 시행사와, 시행사와 갈등을 빚으며 콘텐츠 제공에 소홀히 한 SM 등 책임 당사자에게 법적, 행정적으로 강력히 대응해 시민의 권리와 이익을 되찾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는 상대측 귀책이 분명하다며 사업 초기 시행사가 납부해 현재 시가 보관 중인 이행보증금 101억원(현금)을 전액 몰수하기로 했다.

또 창원문화복합타운 건축물과 사업 관련 권한을 시로 귀속 조치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는 운영 주체 측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청구 금액은 시설·콘텐츠 비용 등 250억∼300억원 규모로 잠정 도출했다.

건물만 선 '창원SM타운' 개관 물거품…시, 실시협약 해지
그러나 시 계획대로 건축물 귀속 등 후속 절차가 원만히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행사는 이날 시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곧바로 반박 회견을 열고 "개관은 시와 운영법인 간 문제지 시와 시행사 간 계약관계가 아니다"며 귀책 사유는 시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동주 창원아티움씨티 사장은 "시는 창원문화복합타운의 성공적 사업 추진과 개관을 위해 선제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한바 없는 데다 허성무 시장은 건물에 한 번 와본 적도 없고 시행사나 SM의 면담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진원 대표이사는 "시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해 시에 건축물 기부채납을 받아 가라는 행정소송은 물론이고 손해배상 소송도 추진하겠다"며 "(시가 귀속시키겠다고 한 창원문화복합타운) 건축물만 해도 1천200억원이 넘어가는데, 청구 금액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와 시행사가 예고한 대로 쌍방 소송이 현실화하면 창원문화복합타운 사업은 개관 지연을 둘러싼 책임 여부를 가를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계속 문이 닫힌 채 상당 시일 표류할 공산이 크다.

시는 일단 법적 공방에 관계없이 SM타운의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상반기 중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길 계획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경쟁력 있는 운영자를 모집해 새 문화공간으로 기능을 되살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업의 향방은 결국 하반기 차기 시장의 의지 등 변수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만 선 '창원SM타운' 개관 물거품…시, 실시협약 해지
지역 한류 체험공간을 표방해 세워진 창원문화복합타운 사업은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인 2016년 사업자 공모 공고가 이뤄진 데 이어 이듬해 착공됐다.

당초 SM 측은 김해공항과 가깝고 한류 팬들이 케이팝(K-POP) 실력을 겨루는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이 열리는 창원이 지역 한류 거점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사업 이행을 위해 시행사에 의창구 팔용동 시유지를 매각했다.

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용적률도 높여줬다.

시행사는 분양 이익 중 1천억원 상당을 투자해 공연장, 뮤지엄 등을 갖춘 지하 4층·지상 8층 창원문화복합타운 건물 및 공영주차장을 지어 현재 공영주차장만 기부채납 완료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