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국양 길병원 교수, 아내와 당진서 자활공동체 운영
[#나눔동행] 사재 털어 노숙인 돕는 흉부외과 명의
흉부외과 명의로 불리는 박국양(66)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6년 전문의가 됐다.

심장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수도권 모 병원에서 '수술 잘하는 의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1994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1996년 자가 광배근을 이용한 심근성형술, 1997년 심장·폐 동시 이식 등은 모두 그가 국내에서 처음 성공한 수술이었다.

30년 동안 3천명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박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수술이 중요하지만, 심장 수술은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이 생사를 가른다"며 "수술하는 동안 막중한 책임감을 단 1초도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환자를 한시라도 빨리 돌보기 위해 병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자신이 수술한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개인 연락처를 알려주고, 불편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당부한다.

박 교수는 "의사의 하루는 전부 환자를 위한 시간"이라며 "환자가 기적처럼 다시 깨어날 때 '흉부외과 의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그는 수술실에서는 아픈 환자의 병을 돌보는 명의지만, 병원 밖에서는 소외된 이웃의 삶을 돌보는 자원봉사자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의대생 시절부터 전국 각지의 무의촌을 돌며 심장병 환자를 진료했다.

전문의가 되고 그가 수술한 심장병 환자 3천명 가운데 300명은 무료로 수술을 받았다.

국내 의료 기술이 좋아지면서부터는 그는 해외 봉사로 눈을 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까지는 거의 매년 개인 휴가를 내고 해외에 나가 심장병 환자를 치료했다.

2015년에는 중국 지린성에 있는 훈춘시에서 명예 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훈춘시 제일 인민병원과 자매결연을 하고 현지의 소아 심장병 어린이들을 수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나눔동행] 사재 털어 노숙인 돕는 흉부외과 명의
8년 전 박 교수는 사재를 털어 아내와 함께 충남 당진에 9천917㎡(3천평) 규모의 '푸른들가족공동체'도 설립했다.

노숙인이나 출소자를 위한 자활공동체다.

그의 아내인 조태례(62)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 겸임교수는 사회복지사로 노숙인과 출소자의 심리 치료를 하던 중 이들의 실질적인 자립을 위해 농사를 지어보려 한다며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박 교수는 흔쾌히 자신이 소유한 당진 땅과 주택을 공동체 사업을 위해 내놓았다.

이 부부는 결혼할 때부터 '모든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자'는 뜻을 공유해왔다고 한다.

이곳은 갈 곳 없는 노숙인과 출소자의 생활 터전이 됐다.

술을 끊는 조건으로 자활공동체에 입소하면 스스로 농사를 지어 돈을 벌 수 있다.

입소자들은 직접 고구마·고추·깨·돼지 감자차 등을 생산하고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한 번도 '순이익'을 내지 못한 적자 사업이어서 박 교수의 월급이 모조리 자활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달도 있다.

그는 현재 북한 의료지원과 의료인 출신 탈북민의 국내 정착을 돕는 '하나반도의료연합' 이사장도 맡고 있다.

북한에 조립식 진료소를 짓거나 왕진가방을 보내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왕진가방은 북한 의료진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혈압계·혈당측정기·봉합처치 기구·발치 기구가 담긴 이 가방을 2020년까지 200개나 북한에 전달했다.

박 교수는 "탈북민 중 의사·간호사·한의사 등이 남한에 정착해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전공 도서나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돕고 있다"며 "갑자기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17번째 '장기려의도상'을 받았다.

봉사하는 의료인으로 큰 족적을 남긴 장 박사의 뜻을 기려 의학적 성과와 함께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한 의료인에게 주는 상이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딴 박 교수는 "장 박사님은 이른바 '잘 나가는' 의사였지만 결코 부자로 살지 않았다"며 "사람과 세상을 함께 치료한 큰 의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을 떠올리면 부끄러움이 앞선다"면서도 "사회에서 얼마든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도 심장 수술처럼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