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적십자·강원도 등 재난 피해민에 다양한 심리 지원 제공
"혼자 있는 시간 피하고 이웃에게 기분 표현해야…산책·일광욕도 효과적"
[동해안 산불] 불면·분노 호소하는 이재민들…"홀로 속앓이 마세요"
"첫날은 그저 멍하니 밤을 새웠는데 갈수록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
동해안 대형 산불 닷새째에 접어든 8일 이재민 임시 숙소가 마련된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에서 만난 이재민 김모(71)씨는 속이 타는 듯 물을 마시며 기자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옷 한 벌 제대로 챙길 겨를 없이 불타는 집을 빠져나온 주민들은 내 집 아닌 곳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몸보다는 마음의 불편함을 점차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 심리 회복을 지원하는 상담사에 따르면 이재민 다수는 불면과 가슴 답답함, 분노, 무기력, 우울감, 심지어는 몸의 통증까지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대피 초기에는 겁을 먹거나 당황해 트라우마 초기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울화가 치밀거나 깊은 우울감 등으로 빠져들기 쉽다.

[동해안 산불] 불면·분노 호소하는 이재민들…"홀로 속앓이 마세요"
특히 강릉·동해 산불의 경우 방화로 드러나 일부 주민은 쫓아가서 해를 가하고 싶을 정도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들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였다.

강릉과 동해에서 심리 지원을 펼치는 조미령 상담사는 "3년 전 산불 이후 다시 피해를 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준 집이 잿더미로 변해 추억마저 다 타버린 듯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조 상담사는 "혼란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는 두통, 수면 장애, 긴장, 분노, 소외감 등 여러 반응이 마음에 숨어있다가 서서히 드러난다"며 "이는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일시적이고 정상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자 있는 시간 피하기, 이웃에게 자신의 기분 설명하기, 산책이나 햇볕 쬐기, 일기 쓰기 등의 활동이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대한적십자사, 강원도 등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춘천국립병원 트라우마센터에서는 이재민 임시 거주 시설이나 피해 지역을 방문해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다.

[동해안 산불] 불면·분노 호소하는 이재민들…"홀로 속앓이 마세요"
상담 등 심리 회복지원이 필요한 산불 피해 주민은 강원도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033-253-1295)로 연락하면 된다.

강원도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관계자는 "산불 초기에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상담을 이어가고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민뿐 아니라 재난 현장의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집단심리상담 등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