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처음으로 일반 중·고등학교를 통합한 ‘이음학교’가 생긴다. 송파구 일신여자중학교와 잠실여자고등학교가 학령인구 급감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하나의 학교로 합친 것이다. 전국에 이 같은 형태의 통합운영학교가 112개교까지 늘어난 가운데 수도권까지 초·중·고등학교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도 통합학교 등장

학생 급감에…일신여중·잠실여고 통합
서울교육청은 일신여중과 잠실여고가 이음학교로 지정돼 다음달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두 학교는 모두 학교법인 서울학원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다. 서울에서 일반 중·고 이음학교가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음학교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교급이 다른 2개 이상 초·중·고등학교의 시설과 자원을 통합해 운영하는 학교 모델이다. 1998년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에서 시작돼 전국 112개교가 운영 중이다. 인력, 시설, 기자재 등 한정된 교육자원을 공동 활용하고 학사관리를 통합하거나 교육과정·생활지도를 유연하게 연계할 수 있다.

일신여중과 잠실여고 이음학교는 교장과 행정실장을 1명으로 통합하고, 학교운영위원회와 시설·교구, 회계·재산 등을 통합 운영한다. 급식실, 운동장, 체육관, 음악실, 도서실, 학생 휴게실 등도 공동으로 활용한다.

공동 진로박람회, 학생 간 멘티·멘토링, 교원 학습공동체, 미술·체육 교내 합동행사, 강연 공동 초빙 등 학사 운영도 부분적으로 통합한다. 교원들도 중장기적으로 중·고교를 모두 맡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음학교 모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모델과 제반 정책 등을 발굴·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통·폐합 늘어날 듯

교육계에서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초·중·고교 통합운영학교가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난해 입학생 수는 42만8405명이었다. 3년 뒤 입학하는 2017년생은 35만7000명, 6년 후 입학하는 2020년생은 27만2300명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7년 동안 무려 36%가 감소한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7만5258명이던 서울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지난해 6만2910명으로 16.4% 감소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부모들이 경기도로 밀려난 것도 서울 학령인구 감소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문을 닫거나 통합하는 학교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이음학교 지정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창천초 학부모들은 창천중과 통합되면 초등학생들이 중학생의 학교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음학교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들이 다른 학교급 학생들을 맡으면 교원, 교직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의 초등교사 신규 임용 인원이 5년 새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졸업하고도 교사가 되지 못하는 교대생이 급증하고 있다. 장덕호 상명대 교수는 “통합운영학교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학교급 간 분리돼 있는 교원자격제도와 교원양성제도를 개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