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 등 4개 언론단체가 신문 열독률 조사 결과를 정부광고 집행의 새로운 지표로 활용하는 데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24일 발표했다. 영업장 구독 비율이 가정보다 높은데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불투명한 가중치 적용으로 데이터 왜곡 현상이 일어났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신문협회·한국지방신문협회·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21 신문잡지 이용 조사’는 표본 선정 기준과 가중치 부여 등에 오류가 많아 신뢰성과 타당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같은 열독률 자료를 근거로 정부광고 집행의 지표로 삼는 것에 반대하며 해당 자료 활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그 이유로 일곱 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먼저 이번 조사에서는 가구 구독률만 조사 대상에 포함하고, 사무실·상점·학교 등 영업장과 가판은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로 인해 영업장 구독 비율이 높고 발행 부수가 더 많은 신문이 유료 부수가 훨씬 적은 신문보다 열독률이 낮게 나오는 오류가 발생했다. 단체들은 “신문은 가정보다 영업장에서 보는 비율이 높은데도 영업장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반쪽짜리 조사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불투명한 가중치 적용으로 큰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선 가구에 대해 아파트·단독주택·다세대주택 등 주거 행태에 따라, 개인에 대해선 지역·성별·나이에 따라 열독률 가중치가 부과됐다. 그 결과 A신문을 읽었다고 응답한 수와 B신문을 읽었다고 응답한 수는 거의 비슷한데도 가중치로 인해 두 신문의 열독률이 오차범위를 넘어 큰 차이가 나게 됐다. 단체들은 “언론재단은 가중치 부여 과정과 산출계산 방식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반대의 데이터 왜곡도 나타났다. 신문을 집에서 정기 구독해 읽은 것과, 회사나 식당에서 우연히 읽은 것에 대해선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았다. 모두 신문을 읽은 것으로 동일하게 집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사 전문가들은 “매체별 열독률 조사라면 특정 매체를 어떻게 읽었는지, 얼마나 읽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매체별 열독률 구간을 나눠놓고선 정기 구독과 외부에 비치된 신문을 읽은 것을 동일하게 묶어 통계를 내는 건 조사의 정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역별 인구수 대비 표본샘플 비율도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인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도 이번 조사에서는 표본샘플 비율이 0.06%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반면 세종시는 0.39%로 가장 높았다. 경기도의 표본샘플 비율은 제주(0.26%), 울산(0.21%), 대전(0.18%) 등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단체들은 “표본샘플 비율이 낮은 지역 매체의 열독률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규모 지역신문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된 반면,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 신문은 종이신문 열독률에 집계됐다고 단체들은 지적했다. 일부 지역신문사는 열독률 또는 구독률 수치가 0으로 집계되는 등 구독률·열독률이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 자료가 아니라 핵심 지표로 활용하는 것도 현행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단체들은 “이번 조사는 표본수가 과거 조사의 10배에 달하고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조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결함과 오류를 지니고 있다”며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언론계와 전문가들이 납득할 만한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조사 결과를 정부광고 지표로 활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