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파손 후, 2차 전면 붕괴…"붕괴사고 중요 진행 상황 설명하는 진술"
최초 타워크레인 고정장치 파손 '붕괴사고 원인인가, 결과인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최초 타워크레인 고정장치가 떨어져 나가면서 시작됐다는 목격담이 나와 원인 조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사고 진행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고정장치가 먼저 파손된 것은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사고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4일 붕괴사고 현장에서 하청업체로 공사에 참여한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전해준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현장 201동 39층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거센 지상에서 레미콘 차량이 펌프카에 콘크리트를 붇는 공정 등 지상 상황을 챙기던 작업 기사는 갑자기 '펑'하는 굉음을 들었다.

본능적으로 바로 옆 동까지 달려가 몸을 피한 그는 하늘 올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201동 벽면에 붙어있어야 할 타워크레인의 고정장치(브레싱 또는 월 타이) 하나가 떨어져 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큰일 났다'고 직감한 그는 무전기로 옥상에 있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자에게 "빨리! 빨리!"를 외치며 상황을 전파했다.

그제야 옥상에 있던 작업자들도 "여기도 이상해요.

이상해"를 외쳤다.

39층에서 대피해야 한다는 무전을 받은 현장 반장은 다른 작업자들을 서둘러 안전지대인 계단 쪽으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콘크리트 타설 면을 업체 대표에게 보고하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거푸집이 치솟고, 콘크리트 타설 면 가운데가 움푹 패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장면을 1분 30초가량 찍으며 "저기 무너졌다.

거기 떨어졌다"를 거친 말로 외쳤다.

현장 반장이 찍은 동영상은 당초 붕괴사고 발생 10여 분 전에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니었다.

그가 동영상을 찍고 상황이 긴박하다고 판단해 서둘러 대피를 시작한 지 고작 몇 분 후 전면 붕괴가 진행됐다.

반장은 27층까지 내려왔을 때 또다시 '우두두'하는 굉음을 또다시 듣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쏜살같이 대피했다.

지상을 내려온 그의 눈에는 그가 서 있던 39층 작업 공간을 시작해 16개 층의 아래층이 모조리 무너져 사라진 참혹한 공간이 보였다.

이 같은 진술 등은 사고의 진행 과정과 원인과 관련한 의미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작업자들의 증언대로라면 붕괴사고는 벽면에 고정된 타워크레인 고정장치 중 1개가 1차 파손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몇 분 내에 콘크리트 타설 면이 천천히 주저앉더니, 16개 층이 모조리 무너져 내는 2차로 붕괴가 진행됐다.

최초 이상 징후는 타워크레인 고정장치 파손이었다는 의미인데, 사고의 원인을 모두 설명해 주지는 못하나 붕괴의 원인을 규명할 중요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는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광운대 건축공학과 이원호 교수는 "붕괴 당시를 찍은 영상을 보면, 최상층부가 아닌 중간 부분이 먼저 무너진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있다"며 "이는 최초 벽면에 부착된 타워크레인 고정장치가 강풍 등에 의해 흔들려 파손됐고, 이후 내부 거푸집 등을 받치는 동바리 등이 주저앉아 발생했을 가능성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고 봤다.

반면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광주대 건축학부 송창영 교수는 "크레인의 고정장치가 먼저 파손된 것은 '붕괴사고의 원인' 일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붕괴의 결과'일 가능성도 크다"며 "부실 공사나 취약 구조 등에 대한 요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건축물이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인데, 이런 구조는 힘을 받는 곳이 부족하다 보니 콘크리트 타설 시 거푸집 밑에 동바리(비계기둥)를 더 많은 층에 걸쳐 설치해야 하는데 제대로 설치됐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송 교수는 밝혔다.

또 "두부 썰듯이 벽은 남겨 놓고 슬래브만 붕괴했고, 붕괴 후 철근이 콘크리트와 결합하지 못하고 깨끗이 남아 있는 상태를 보면 결국 부실 시공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초 타워크레인 고정장치 파손 '붕괴사고 원인인가, 결과인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