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평택 냉동창고 화재, 광주 공사현장 붕괴와 같은 대형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싸고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재해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의 양대 축인 시민재해와 관련, 뒤늦게 배포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부문이 많은데다 오히려 안전에 구멍이 뚫릴 여지가 있어서다.

18일 각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소방청은 지난달 30일 '중대시민재해 부문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관련기관에 배포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지난해 11월 말 고용노동부가 내 놓은 중대산업재해 해설서보다도 한 달 가량 늦었다.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에서 발생한 결함에 따른 재해를 말한다. 재해대상이 일반 시민이라는 점에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산업재해와 차이가 있다.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경영책임자, 정부부처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을 처벌토록 규정돼 있다.

그동안 중대시민재해는 중대산업재해보다 적용대상이 훨씬 넓고 파급력이 큰 만큼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정부 해설서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켜 법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까지도 현장에선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한 공공기관장은 "법상 시민재해 부문에서 가장 혼선이 많은 '경영책임자 등',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의 의미와 범위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 시민과 공공 근로자의 안전이 상충될 경우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정부 지침이 없었다"고 했다.

중대시민재해 적용시설이 충분한 논의없이 지정된 탓에 안전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컨데 공중이용시설에 교량도로, 터널도로는 포함되면서 일반 도로는 빠져있다거나, 어린이집은 들어가고 유치원, 학교는 제외되는 식이다.

중대시민재해는 지방선거에도 복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대재해 발생으로 지자체장이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직을 박탈당하고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하수정/최진석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