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적 가치·친일재산귀속법 취지 비춰 법원과 다른 해석"
친일파 이해승 후손 땅 국고 환수 소송서 패소한 정부 항소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땅의 국고 환수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정부가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를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지난 6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이병삼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고 측은) 친일재산귀속법상 '제3자'의 범위에 대해 헌법적 가치와 해당 법의 취지에 비춰 법원과 다른 해석이 있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것이 옳다고 봤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그는 "소송 전략상 자세한 항소 사유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가 환수에 나선 토지는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 2만7천905㎡로 축구장 4개와 맞먹는 넓이다.

올해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21억3천여만원 상당이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 등을 받았고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행위자로 지목됐다.

앞서 1심 법원은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82)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는 국가 귀속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1항의 예외 단서를 근거로 토지 소유권의 정당성을 판단했다.

이 법에는 '제3자'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아 친일행위자의 상속인을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해승은 홍은동 임야를 1917년 처음 취득했고, 1957년 토지 소유권이 손자인 이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이 땅은 1966년 경매에 부쳐져 은행 소유로 바뀌었다가 그 이듬해 이 회장이 이 땅을 도로 사들이면서 소유권이 몇 차례 바뀌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친일재산인지 모르고 취득했거나, 알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내고 취득한 경우에는 유효하게 권리를 보유할 수 있다"며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