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보다 크지만 정원은 더 적어…의자까지 쇠사슬로 고박
취항 앞둔 인천∼제주 여객선 타보니…세월호와 달랐다

8일 오전 인천시 중구 제주행 연안여객터미널(옛 국제여객터미널) 개찰구 밖으로 나가자 거대한 선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 10일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하는 2만7천t급 카페리(여객·화물겸용선) '비욘드 트러스트호'.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8m로 승객 810명, 승용차 487대, 컨테이너 65개 등을 실을 수 있다.

7년 전 이 항로를 운항한 세월호(6천825t)와 비교하면 중량 면에서는 4배 규모이지만 승객 정원과 컨테이너 적재량은 세월호보다 더 적다.

세월호는 여객 정원이 921명이고 차량 130대와 컨테이너 152개를 적재할 수 있었다.

이 여객선을 운영하는 하이덱스스토리지의 방현우 대표는 "비슷한 규모의 선박을 운항하는 목포∼제주 여객선의 정원은 약 1천300명"이라며 "승객들이 더욱 쾌적하게 여행을 즐기실 수 있도록 정원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연간 여객 10만명, 100만t 이상의 화물을 운송한다는 계획이다.

취항 앞둔 인천∼제주 여객선 타보니…세월호와 달랐다

선박 내부를 둘러보니 새로 건조된 선박답게 깔끔한 모습이었다.

중고 선박으로 국내에 도입됐던 세월호와는 겉모양부터 달랐다.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된 뒤 18년이 지난 2012년 10월 국내에 도입된 중고 선박이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에는 미팅 라운지, 다목적룸, 편의점, 오락실, 레스토랑, 노래방, 수유실, 마사리 라운지, 키즈 존, 펫 존, 선셋 테라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졌다.

레스토랑은 조리장이 직접 만든 음식을 제공한다.

인천∼제주 항로라는 특성을 살려 제주 수제 맥주와 인천 신포닭강정을 결합한 '치맥 세트'도 선박 내에서 맛볼 수 있다.

선박 6층에 마련된 객실은 이코노미, 스탠다드, 디럭스, 스위트, VIP 등 다양한 등급으로 구성됐다.

가장 등급이 높은 VIP 객실에서는 일출을 바라보면서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까지 마련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코노미 등급은 20∼30명이 쓰는 방이다.

취항 앞둔 인천∼제주 여객선 타보니…세월호와 달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안전에 방점을 둔 설계다.

편의점 옆에 있는 의자 등 집기류도 쇠사슬로 단단하게 고박됐다.

천장에는 둥근 형태의 나무가 줄을 지어 고정돼 있었다.

선사 관계자는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해 선박이 기울어질 경우 사다리 역할을 하도록 선박을 건조한 현대미포조선에서 특별히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해상에 구명벌을 펼치고 승객들이 슬라이드를 통해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해상비상 탈출시스템(MES)도 마련했다.

구명벌은 정원인 854명보다 많은 1천3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마련됐다.

취항 앞둔 인천∼제주 여객선 타보니…세월호와 달랐다

이날 선사 측에서 시연한 실시간 화물 적재 중량관리체계(Block Loading System)는 선박의 과적이나 불균형을 사전에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

조타실에 마련된 모니터는 화물 적재 공간인 선박의 1∼4층을 22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에 적재된 화물의 무게를 실시간으로 표출했다.

항해사는 모니터를 보고 실시간으로 선박의 균형을 잡는다.

이 시스템은 하이덱스스토리지와 한국해운조합이 함께 개발해 카페리로는 국내 최초로 도입했으며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꼽혔던 화물 과적과 복원력 감소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항 앞둔 인천∼제주 여객선 타보니…세월호와 달랐다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하명준 일등항해사는 "실시간으로 어떤 곳에 어떻게 화물이 실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출항 전 선박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사 관계자는 "카페리에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방현우 하이덱스스토리지 대표는 "7년 만에 재개되는 인천∼제주 항로는 안전이 최우선 철칙"이라며 "승선원들은 안전으로 중무장해 가족이 승선한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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