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앱 외국 본사서 '개인정보 수집 안 한다'며 협조 불응

경기도 산하기관들이 온라인 익명 앱에 경기도와 해당 기관, 이재명 후보 관련 비방글을 올린 작성자를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3개월 만에 중지됐다.

경찰, 경기도 산하기관 비방글 작성자 고소·고발건 수사 중지
해당 앱의 외국 본사 측이 경찰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8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이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비방글을 올린 익명의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지난달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달 경기주택도시공사(GH) 측이 '사장이 이재명 지사의 대선 공약을 만들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취지의 블라인드 게시물 작성자를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최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수사 중지는 피의자가 소재 불명 등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을 때 이뤄진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에 본사를 둔 블라인드 측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며 경찰의 자료 제공 협조에 임하지 않아 수사를 종결했다"며 "작성자가 특정되지 않아 게시물의 허위사실 여부도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블라인드에는 "황교익만 그럴 거 같냐. 경기도는 이미 채용비리 왕국"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의 작성자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라는 직장명을 공개했으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 게시물에서 "행시 출신도 20년은 해야 달 수 있는 3급을 TV 몇 번 나온 83년생 변호사한테 주고, 변호사 시절 사무실 경리하던 사람을 성남에선 7급, 심지어 현재는 공무원의 꽃이라는 5급 사무관으로 일 시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 비방한 민주당원 대신 고발한 사람을 기관 본부장으로 보내질 않나, 대통령 되면 진짜 김어준이 국정원장 시킬 수도 있다.

이 사람이 공정이라고 말할 때마다 구토가 나온다"고 했다.

같은 달 GH 블라인드에는 '지사님, 선거 공약은 캠프에서 만들면 안 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게시글의 작성자는 "우리 사장님은 '리틀 이재명'이라 불리며 이 지사님 후계자로 알려져 있다"며 "사장님이 작년부터 이 지사님 지시로 직원들에게 대선 공약을 만들라고 지시하시네요.

본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돼 있다면서요"라고 주장했다.

경과원과 GH 측은 당시 "글 내용에 허위사실이 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