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막아주고 아들 통해 50억 수령 의혹
로비 수사 마무리 후 배임 '윗선' 정조준 가능성
아들 퇴직금 논란 두달 만에 검찰 소환…영장 청구하나
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을 27일 소환하면서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곽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 9월 26일 아들 병채씨가 대장동 개발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근무하고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논란이 보도된 지 62일 만이다.

병채씨는 2015년 6월 아버지인 곽 전 의원의 권유로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이후 보상팀에서 근무하다 올 3월 퇴사하면서 5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세금을 제하고 실제 받은 돈은 28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의 수준을 뛰어넘는 퇴직금 액수에 대해 병채씨는 "2018년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며 그에 따른 성과급과 위로금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천대유 측도 개발사업 성공에 대한 성과급과 병채씨가 격무에 시달리며 얻은 질병에 대한 위로금 성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자 명단이라는 이른바 '50억 클럽'에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가 아들을 통해 뇌물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한 시민단체가 곽 전 의원과 아들을 뇌물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1일 병채씨 주택을 압수수색하며 정식 수사에 나섰다.

곽 전 의원은 의혹 제기 이후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했다가 아들 자택 압수수색 소식까지 전해지자 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했다.

그의 사직안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그간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 의혹 수사에 초점을 맞춰 온 검찰은 지난 17일 곽 전 의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른바 '대장동 4인방'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구성이 무산될 위기를 막아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다른 컨소시엄 측에서 하나은행에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부탁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진술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이나 김 회장 측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관련자들의 진술이 믿을만 하다고 보고 곽 전 의원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에도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기재했다.

검찰은 이날 곽 전 의원을 상대로 김씨의 부탁으로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을 연결해줬는지, 그 대가로 아들을 화천대유에 취업시키고 이후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인지 등 의혹 전반을 추궁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곽 전 의원 측에 건너간 돈이 거액인데다 당사자들이 의혹을 부인하는 만큼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령 구속되지 않더라도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형사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전날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도 불러 그간 제기된 의혹 전반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과 홍 회장에 이어 곽 전 의원까지 이날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도 막바지에 다다른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야권 인사인 곽 전 의원을 강도높게 수사한 뒤, 배임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수사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야 간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