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에 산재 예방 의무' 개정법 시행 전 대피로 폐쇄…2심서 무죄
참사 1년 7개월 만에 대법원 판결…시공사 현장소장 등은 실형 확정
38명 사망 '이천 화재참사' 물류창고 발주처 팀장 무죄 확정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 참사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관계자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익스프레스 TF팀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1심에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다.

대법원은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가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된 시공사 건우의 현장소장과 형량이 금고 2년 3개월에서 금고 2년으로 감형받은 건우 관계자에 대한 2심 판단도 인정했다.

금고 1년 6개월로 형량을 2개월 줄인 감리단 관계자에 대한 2심 판결도 그대로 확정했다.

벌금형이나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 5명에 대한 원심 판단 역시 유지됐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시공사 건우에는 벌금 3천만원이 부과됐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 29일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노동자 38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발주처 한익스프레스가 결로를 막겠다며 대피로 폐쇄를 결정해 피해를 키운 점 등을 객관적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정해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대피로 폐쇄 결정 시점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 시행 전이므로 안전조치 주의 의무를 발주처에 직접적으로 묻기는 어렵다고 봤다.

지난해 1월 시행에 들어간 개정 산안법은 공사 발주자에게 일정한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를 부여한다.

시공사 현장소장 등에게는 우레탄폼이 화재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음에도 예방과 피난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했다고 봤으나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이라는 점과 일부 유족과 합의가 있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불비,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