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경 최근 5년 162척 나포·담보금 129억700만원 징수

중국 어선들이 일명 '싹쓸이 조업'을 하거나 조업일지에 어획량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불법 조업을 일삼으면서 제주 해역의 어족 자원이 고갈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싹쓸이하고 어획량 속이는 중국 어선들…어족자원 고갈 우려
24일 제철을 맞은 참조기 조업이 한창인 제주시 추자도 선적 유자망 어선 만봉호의 유승호(53) 선장은 "중국 어선들이 규정보다 코가 작은 그물로 조기를 싹쓸이하고 있다.

얼마 안 돼 우리나라 해역에서 조기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한숨지었다.

유 선장은 "우리나라 어선의 현재 그물코 크기는 51㎜이고, 내년부터는 52㎜로 더 커진다"며 "어린 고기가 잡히면 어차피 단가가 맞지 않고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대부분 풀어주는데 중국 어선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어선들은 어린 고기가 잡히면 가져다가 양식장 사료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처럼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이 계속되면 앞으로 언제 조기 씨가 마를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국 선적 유망 어선 A호(149t·승선원 18명)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차례에 걸쳐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해역에서 규정된 그물코 크기인 50㎜보다 7㎜ 작은 크기의 촘촘한 그물을 이용해 조업한 혐의로 해경에 적발됐다.

A호가 이 같은 방식으로 사흘간 잡은 참조기 등 수산물은 무려 7천500㎏에 달했다.

하지만 A호는 조업일지에 이 기간 단 300㎏의 수산물을 잡은 것으로 기재했다.

중국 유망 어선 B호(149t·승선원 11명)와 C호(〃)도 A호와 유사한 방식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두 어선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닷새간 우리나라 수역에서 규정된 그물코 크기보다 작은 그물로 조업해 참조기 등 수산물 총 1만2천70㎏을 잡고, 조업일지에는 3천250㎏만 기재했다.

조업일지에 기재하지 않은 8천820㎏을 고의로 누락한 것이다.

해경에 따르면 두 어선은 새벽마다 우리나라 수역에 불법 어구를 설치하고 빠져나갔다가 저녁 시간에 다시 들어와 어구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조업했다.

조업량을 늘리기 위해 몰래 선원을 더 태워 조업한 경우도 있다.

중국 유망 어선 D호(149t·승선원 17명)는 출항 당시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승선원 외에 4명을 추가로 태워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우리나라 수역에서 조업하다 해경에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허가를 받지 않고 조업하다가 해경에 적발되면 도망치는 사례도 있다.

중국 선적 선망 어선 E호(435t·승선원 10명)는 지난 9월 30일 정오께 서귀포항 남쪽 해역에서 허가 없이 조업하다 해경에 적발됐다.

당시 E호는 해경의 정선 명령을 따르지 않고 투망 중이던 그물을 자른 뒤 도주하다 붙잡혔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 해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다 나포된 중국 어선은 162척으로 담보금 징수액만 129억700만원에 이른다.

연도별로는 2016년 57척·55억6천700만원, 2017년 46척·33억7천만원, 2018년 40척·19억7천만원, 2019년 19척·20억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에는 단속 실적이 없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국인 접촉 자제 지침에 따라 해경이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지 않고 퇴거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2일까지 불법 조업 중국어선 19척이 나포되고 담보금 23억400만원이 징수됐다.

해경이 지난 3월부터 다시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을 강화하고, 9월부터 중국이 유망·저인망 어선의 금어기를 해제하자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도 제주 해역의 조업 질서 확립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불법 조업 중국어선 단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무허가 조업 등 각종 불법 행위에 강력히 대응해 우리나라 해양주권 수호와 어족 자원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싹쓸이하고 어획량 속이는 중국 어선들…어족자원 고갈 우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