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 예견됐지만 위중증 지표 악화에 '비상'…병상부담 가중
부스터샷 고령층 4개월·50대 5개월로 단축…"의료인력 확충 시급"
위드코로나 보름여만에 방역지표 '빨간불'…부스터샷 앞당긴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전환된 이후 주요 방역지표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위드코로나' 3주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17일 신규 확진자 수는 3천명대를 기록했고, 위중증 환자 수는 500명 선을 넘었다.

위중증 환자 증가에 따라 사망자 수도 연일 두 자릿수로 나타나는 등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는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 간격을 대폭 조정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 신규 확진자 3천187명…60대 이상 확진자 증가세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하루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3천187명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3천명을 넘은 것은 역대 두번째로, 발표일 기준으로 지난 9월 25일(3천270명) 이후 53일만이다.

신규 확진자는 위드코로나 시행 이전인 지난달 중순께만 해도 1천명대 중반으로 떨어졌으나, 방역체계 전환 뒤에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미 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면서 확진자 급증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이달 중 5천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방역완화 영향으로 여전히 미접종군에서 신규 확진이 이어지는 데다 접종 효과 감소로 인한 돌파감염 여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유럽,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시행 후 2∼3주차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우리의 경우 현재까지는 전체적인 확진자 규모보다 고령층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눈에 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신규 확진자 가운데 60대 이상 확진자의 비중은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낸다.

60대 이상 확진자 수는 지난달 첫째주 2천288명(16.5%)에서 이달 첫째 주 4천434명(29.5%)으로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다른 연령층보다 먼저 올해 상반기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접종 효과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 위중증 환자 522명…60대 이상이 84.3%
확진자 급증은 예상됐던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위중증 환자 급증세는 현재의 의료대응 여건을 고려할 때 '비상' 수준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이나 인공호흡기,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 등의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는 총 522명이다.

이는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가장 많은 수치다.

전날(495명)과 비교하면 하루 새 27명 늘었다.

특히 위중증 환자 수는 일상회복이 시작된 이달 들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411명으로 400명대로 올라선 데 이어 10일 460명으로 늘었고, 전날 495명으로 500명대에 육박했다가 이날 522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현 의료체계에서 위중증 환자 500명까지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기준치를 이미 넘은 셈이다.

위중증 환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이날 위중증 환자 522명 중 84.3%인 440명이 60대 이상이고 50대가 46명, 40대 21명, 30대 11명, 20대 4명이다.

위드코로나 보름여만에 방역지표 '빨간불'…부스터샷 앞당긴다
위중증 환자 증가에 따라 병상도 빠르게 차고 있다.

전국 중환자 병상 가운데 62.5%가 이미 사용 중이고 수도권만 보면 가동률은 76.7%에 달한다.

이 역시 정부가 일상회복을 일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의 한 예시로 제시한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 기준을 넘어선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6%에 달했고, 경기는 72.2%, 인천은 74.7%로 나타났다.

위중증 환자 증가에 따라 사망자 수도 연일 두 자릿수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 중 숨졌거나 사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는 이날 0시 기준으로 21명이 늘어 누적 3천158명이다.

전날 나온 사망자 중 50대 2명을 제외한 19명은 60대 이상이었다.

◇ 부스터샷 서두른다… 접종간격 4∼5개월로 단축
정부는 위중증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60대 이상 연령층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접종(부스터샷) 확대 등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추가접종의 경우 현재 6개월로 돼 있는 접종간격을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기본접종 완료 뒤 6개월에서 4개월로 접종간격을 2개월 단축하고, 50대 연령층의 경우에도 추가접종 간격을 6개월에서 5개월로 1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등 감염취약층도 접종 간격을 이미 5개월로 한 차례 단축한 데 이어 다시 4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돌파감염을 막기 위한 추가접종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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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최근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고령층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도권에서는 종사자 대상 유전자증폭검사(PCR) 횟수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면회객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현 방역체계에선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방역완화가 지속하고 있으니 확진자는 늘어나는 경향으로 갈 것이고 위중증 환자도 증가할 것"이라며 "(의료체계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인력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