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 A씨 사망 전 만난 이모 준위 행적, 수사결과 미반영…뒤늦게 입건·기소
군인권센터 "李중사 유사사건 발생…공군, 은폐·늑장처리 의혹"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이 논란됐을 당시 군 당국이 또 다른 성추행 사망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사건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중사 사망 사건으로 논란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파장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군 수사당국이 일부러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5월 11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 하사가 자신의 영외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군사경찰은 6월 10일 '스트레스성 자살'로 종결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수사 과정에서 A 하사의 상급자인 이모 준위의 강제추행 혐의가 이미 드러났음에도 군 경찰이 이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 준위가 피해자 숙소와 그 근처를 7차례 방문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메시지와 전화 연락을 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파악됐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또 군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준위 본인도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부대 상황실에서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 두 차례 강제 추행한 사실을 자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A 하사를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이 준위의 수상한 행적도 수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준위가 5월 9일 자신의 차에서 20분간 A 하사를 만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고, A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당일에는 출근 시간 30분 전부터 23차례 전화를 걸고 급기야 주임원사와 함께 A 하사 숙소에 찾아가 방범창을 뜯고 숙소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준위가 A 하사 숙소에 침입한 혐의는 군 검찰에서 7월 26일 별도로 수사를 진행해 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다가 8월 3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가 이 준위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돌연 입건해 10월 14일 뒤늦게 기소했다고 군 인권센터는 지적했다.

군 검찰은 당시 이 준위의 강제추행 입건 이유에 대해 "(유족이 수사를 요청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조사하다 보니 강제추행 소지가 있어 입건했다"고 설명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강제추행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음을 숨기고 주거침입 등만 기소했다가 뒤늦게 슬그머니 강제추행 건을 입건한 것"이라며 "이 중사 사건에서 보여준 부실한 초동 수사와 매우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와 합동위 활동이 모두 종결된 후 국민의 관심이 군 성폭력 이슈에서 멀어질 때쯤, 사망과 강제추행이 연결돼있다는 것이 티나지 않도록 별도 기소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일 재판에 넘겨진 이 준위의 강제추행 건과 주거침입 건이 군사법원에서 병합된 점도 미심쩍다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군사법원이 주거침입 사건 재판을 진행하다 강제추행 사건을 병합하고는 서둘러 변론을 종결하려고 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며 "군 수사기관과 군사법원이 합심하여 조직적으로 강제추행 사건을 묻고 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