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간담회 참석 주민 "입주 지연되면 어디서 살지 막막"
"불면증에 약까지 먹어요"…왕릉 옆 아파트 입주예정자들 호소
"입주가 지연되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약까지 먹고 있어요.

"
14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열린 아파트 건설사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입주예정자들은 하나같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이들이 입주하려고 했던 아파트는 조선 왕릉인 김포 장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건립됐다는 이유로 철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아파트는 3개 건설사의 3천400여 세대 규모 44동 가운데 19개 동이다.

이 중 문화재청의 명령에 따라 지난 9월 30일부터 공사가 중지된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 등 2개 건설사가 이날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대광이엔씨가 시행하는 아파트 9개 동(735세대) 중 9개 동, 제이에스글로벌의 12개 동(1천249세대) 중 3개 동(244세대)의 공사는 문화재청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중단됐다.

"불면증에 약까지 먹어요"…왕릉 옆 아파트 입주예정자들 호소
이날 간담회에서 만난 입주예정자 김현주(40)씨는 "현재 전세를 살고 있으며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 내년 7월 입주 시기에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며 "입주가 지연되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어 "초등학생인 자녀가 내년에 전학을 갈 수 있느냐고 물어봐도 확답을 할 수 없고 자녀들이 어른들보다 더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저도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이들 2개 아파트단지의 입주예정자들은 연설문을 통해 "문화재청, 인천도시공사, 인천 서구청, 건설사의 안일하고 성급한 행동으로 인해 국가의 주택공급정책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입주예정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예정된 시기에 입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밝히지 못했다.

앞서 건설사들은 아파트 외벽 색상과 마감 재질 교체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제출했으나 지난달 28일 문화재위원회는 보류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건물 철거·높이 하향 조정·장릉과 아파트 사이 나무 심기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금성백조 관계자는 "편파적인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지 못하게 자체적으로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은 철거를 고집하고 있으나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예정된 시기에 입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광건영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 항고심을 진행 중이며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철거 가능성에 대해선 절대 인정할 수 없으며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건설사의 아파트 대상지는 경기도 김포시 장릉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있어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심의 없이 아파트 골조가 이미 지어져 장릉 능침에서 앞을 바라보면 풍수지리상 중요한 계양산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