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만의 최고 빈도…가난·실정·팬데믹 등 복합원인
서방 사실상 방관…군부 "엘리트에 짓밟히는 민중 해방" 자신

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올해 들어서만 네 나라에서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아프리카에서 군사정권이 들어선 곳은 기니, 차드, 말리, 수단 등이다.

마다가스카르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니제르에서도 쿠데타 기도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에서는 연평균 두 개 나라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수단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뒤 어느 연설에서 '쿠데타 전염병'이 돌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프리카 '쿠데타 돌림병'…올해 들어서만 4개국에 발생
그는 "몇몇 군부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군부의 귀환은 중동 지역에서의 '아랍의 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많은 이들은 군부가 득세했던 이곳에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아프리카 군부의 귀환은 또한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군부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 체제로 변신한 이후 30년 만이다.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 부교수로 쿠데타 전문가인 조너선 파월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빈발하는 상황에 대해 1980년 이후 가장 빈도가 높고 1970년대 군부 지도층이 주동이 돼 독립을 쟁취하던 때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주요 원인인 가난하고 부패한 정부가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계속 안보 위기를 겪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최근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주의 경험이 짧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와 식료품값 폭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불황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쿠데타 돌림병'…올해 들어서만 4개국에 발생
실제로 군부 강경파 지도자들은 부패와 무능, 가난을 내세워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있다.

41살의 육군 대령으로 프랑스 외인부대원이었던 마마디 둠부야는 지난 9월 기니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1981년 가나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제리 롤링스의 말을 인용해 "민중이 엘리트에게 짓밟힐 때 군대가 일어나 민중을 해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대국들이 독재정권과 타협하려는 경향을 보여 정권 교체로 치르게 되는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경제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소위 '불개입'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크렘린과 연계된 군수기업 바그너를 통해 무기와 용병을 공급하면서 이곳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도 최근 쿠데타에 성공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돕고 있다.

아프리카 '쿠데타 돌림병'…올해 들어서만 4개국에 발생
서방측은 바그너가 말리와 리비아, 모잠비크 등지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말리와 차드, 기니의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프랑스나 미국 및 유럽연합은 쿠데타 지도자들에게 재정 지원을 중단할 것을 위협하고 있다.

수단 쿠데타 직후 미국 바이든행정부는 7억 달러(약 8천300억원)의 일괄원조법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쿠데타를 강하게 비난했지만 어떤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

사하라 지역 전문가인 베르지니 보데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선임연구원은 확고하고 단결된 대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군부 지도자들의 집권을 방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