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온라인상 명예훼손, 회복 어려워" 2심서 벌금 300만원 구형
사실적시 명예훼손 합헌 결정 후 2심 재판 재개…내달 17일 선고

검찰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대표 구본창(58) 씨의 2심 재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배드파더스 대표 "양육비미지급 1천건 해결…신상공개 후회없다"
수원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이 사건 2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양육비 미지급 사유 등 소명이 생략된 상태로 인터넷에 신상정보가 유출돼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명예가 훼손된 것은 큰 문제"라며 "재판부가 면밀히 검토해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에 대한 엄격한 판단 기준을 세워달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에 구씨의 변호인은 "양육비가 아동의 생존권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볼 때 배드파더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많은 협박에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양육비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맞섰다.

구씨는 최후 진술에서 "신상 공개 시 억울한 사람이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의뢰자에게 판결문 등 법적 서류를 받아보고, 상대방에게는 제보를 받은 사실을 사전에 통보해서 양육비 지급과 관련한 증거 자료를 보내달라고 연락하는 절차를 반드시 밟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 통보로 해결한 사례가 720여 건, 신상 공개로 해결한 사례가 220여 건으로 거의 1천여 건의 양육비 미지급 사례를 해결했고, 그 이후 법이 바뀌었다"며 "제가 한 일로 인해 많은 아이가 양육비를 받게 돼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 3년여 만인 지난 7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 등의 조처를 하는 내용이 담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구씨는 법이 시행되자 이달 들어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받고 심리를 마쳤다.

선고 기일은 내달 17일이다.

한편 검찰은 2018년 9∼10월 배드파더스에서 신상이 공개된 5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한 뒤 검찰시민위원회 의견을 받아 2019년 5월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그러나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지난해 1월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배심원 7명 전원의 무죄 평결을 받아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며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지난해 9월 처음 열렸으나, 당시 헌법재판소가 분명한 사실을 공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307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판결하겠다는 이유로 재판을 잠정 중단했다.

헌재는 지난 2월 재판관 5(합헌)대 4(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파급 효과도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구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적용된 정통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은 '비방의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형법과 다르다"며 이에 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제청 여부는 선고 기일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드파더스 대표 "양육비미지급 1천건 해결…신상공개 후회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