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도 높은 예산 지출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살림살이가 오랜 기간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의 총채무는 19조원에 육박해 올해 이자비용만 3000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시민 1인당 198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오세훈 "빚 돌려막기 끊겠다…지출 고강도 구조조정"
오 시장은 28일 페이스북에 ‘서울시판 대출 돌려막기를 그만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서울시는 소중한 시민의 세금과 미래 세대의 빚으로 돌아가는 지방채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2011년 21조원 정도였던 서울시 예산 규모가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으로 늘어 올해 45조원(추가경정예산 포함)까지 확대됐다”며 “이 과정에서 다른 시·도가 채무비율을 줄여나갈 때 서울시 채무비율은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 총채무는 지난달 말 기준 18조9287억원이다. 이 중 투자·출연기관을 제외한 서울시 본청 채무만 따지면 9조5490억원으로 2012년 2조9662억원의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 지표인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012년 12.07%에서 올해 9월 기준 21.92%까지 치솟았다. 반면 부산시는 2012년 30.88%에 달하던 채무비율을 2020년 18.05%까지 줄였고, 인천시는 같은 기간 33.04%에서 12.55%로 하락했다.

오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재정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더 늦기 전에 지출 구조조정,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시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이 필요한 출연기관으로 TBS(교통방송)와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서울교통공사 등을 지목했다.

TBS는 전체 예산 515억원 중 70%에 달하는 375억원을 서울시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여타 기관에 비해 시의 지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는 내년 예산안에서 TBS에 대한 출연금을 100억원 이상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은 서울물재생시설공단에 대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무려 4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무조건 빚을 늘려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기존 사업을 구조조정해 재원을 재배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2년 예산안을 역대 최대인 총 44조원(본예산 기준) 규모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내년 예산안을 다음달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뒤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