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노출' 꺼리는 검찰…추가 기소 전까지 재판 공전 가능성
핵심 쟁점 '배임' 빠진 유동규 기소…재판도 난항 예상

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 대상자 중 처음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했으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부분을 공소사실에 담지 못해 향후 재판도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을 구속기소 하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때 범죄사실에 넣었던 배임 혐의를 제외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만 적용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은 공범관계와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뒤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배임죄를 입증할 만큼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검찰이 구속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한 것은 막판까지 배임죄 적용 여부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초 예정된 유 전 본부장의 구속기간은 지난 20일 밤 12시까지였으나 그가 구속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서 이틀 연장돼 22일 밤 12시까지로 늦춰졌다.

연장되기 전 기준으로는 구속 만료 시점을 넘겨서야 기소가 이뤄진 셈이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혐의 소명을 전제로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평가해 결정할 뿐 유무죄를 판단하는 본안 소송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수사의 진짜 성패는 구속 여부가 아닌 유무죄 판단에서 가려지는 만큼 검찰은 기소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도중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지는 등 스스로 구속의 빌미를 마련한 측면이 있고,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기간 만료 전에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석방 후 불구속 수사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일단 수사가 충분히 이뤄진 부분만 기소한 뒤 나머지는 향후 추가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추가 기소가 확실시되는 피의자가 일부 혐의로만 먼저 기소될 경우 재판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재판에서 아직 기소되지 않은 다른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피고인 측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이 때문에 추가 기소 이후에 심리를 한꺼번에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 재판이 공전할 우려가 있다.

다만 재판이 지나치게 길어져 6개월 안에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부득이 피고인을 석방해야 하는 만큼 검찰도 서둘러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기소가 늦어져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된 채 재판을 받게 되면 검찰 수사를 향한 비판도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의 혐의 가운데 이날 기소된 것은 2013년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사업 편의 제공 등 대가로 총 3억5천2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2014∼2015년 화천대유의 편의를 봐준 뒤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다.

기소되지 않은 부분은 사업협약서 등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다.

이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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