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이 설립한 ‘사단법인 마을’이 지난 10년간 서울시로부터 6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독점 수주하는 특혜를 받았다는 서울시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단법인 마을을 시작으로 위탁 민간단체에 대한 수술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평가·조사 결과 사업 실행 및 확대 과정에서 사단법인 마을과 관련해 불공정과 특혜, 비효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발표했다. 오 시장이 지난달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대대적 구조 점검과 수술을 예고한 이후 평가 결과를 발표한 첫 사례다.

시에 따르면 시민단체 마을은 2012년 4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설립된 지 불과 4개월 만인 2012년 8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위탁 운영을 맡았다. 올해까지 9년 넘게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약 400억원을 지원받았다.

사단법인 마을은 마을공동체 사업뿐 아니라 청년부문까지 수탁 범위를 확장했다. 2016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며 약 14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민단체 마을 설립자는 박 전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창복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이다. 그는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을 겸임했을 뿐 아니라 일부 관련자를 서울시 마을공동체를 관리·감독하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도록 도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사단법인 마을이 관련자들을 공무원으로 투입하는 등 그들만의 마을 생태계를 만들면서 서울시로부터 수탁 사업 범위와 규모를 늘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 마을은 서울시 중간조직인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위탁 운영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 자치구의 중간조직인 마을자치센터를 확대·설립하면서 총 9개에 달하는 조직을 관련 단체 출신이 위탁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사단법인 마을에 대한 공식적인 감사 절차를 비롯해 불공정 위탁 운영에 대해 단계적 수술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수탁기관이 같은 해 특정 감사를 유예받도록 해 준 ‘서울특별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