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호출 제한에 배달 거부 지속…"아이들 안전 위해 vs 배달원 위험"
오토바이 지상 통행금지 아파트…배달원-주민 갈등 첨예
오토바이 지상 출입을 막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과 배달원이 각자의 '안전할 권리'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식당가에서 점심시간을 맞아 배달 주문 알림이 하나둘 울리자 배달 오토바이들도 분주하게 도로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토바이 통행금지 조치로 최근 배달 종사자들로부터 '배달 거부' 통보를 받은 송도 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좀처럼 오토바이 배기음을 듣기 어려웠다.

이따금 개인 배달업자나 운행 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업체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할 뿐 지상으로 돌아다니는 오토바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60대 경비원 A씨는 "평소보다 확실히 배달 오토바이 방문이 준 것 같다"며 "점심시간에도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0일부터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막기 위해 지상 1층에서 배달 종사자가 세대로 호출하는 것을 제한시켰다.

배달 종사자들은 이런 조치에 반발해 지난 23일 배달 거부 입장을 전하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협의를 요청했으나 양측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송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배달대행업체에 해당 아파트단지 배달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고, 업체가 수용함에 따라 전날부터 180여명이 배달을 거부하고 있다.
오토바이 지상 통행금지 아파트…배달원-주민 갈등 첨예
입주민과 배달원은 저마다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지상 배달 허용'과 '지하 배달 의무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산책로로 조성된 지상은 모든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상태여서 아이들을 포함한 입주민의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의 출입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었다"면서 "대신 비가 올 때나 아파트 단지 밖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경우에는 경비실을 통해 지상 출입을 허용하겠다고 라이더유니온에 안내했다"고 말했다.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지하 주차장을 이용에 따른 배달원 안전사고 방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채 아파트 측이 일방적으로 지상 출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 송도지회 관계자는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경사로나 미끄러운 우레탄 재질의 바닥에서 넘어져 배달원이 다칠 우려가 있다"면서 "야간에는 이중 주차된 차량이 많아 접촉 사고의 위험성도 큰 만큼 안전 대책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추가적인 논의 계획은 세우지 않아 배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송도 아파트 배달 중단 사태는 소비자와 배달원 사이에 형성된 오랜 불신이 갈등으로 번진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측 간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지상 통행금지 아파트…배달원-주민 갈등 첨예
한편 인천경찰청 교통안전계는 이날 송도국제도시 일대에서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 도로교통법 위반 151건, 자동차관리법 위반 1건 등 152건을 적발했다.

적발 사례 중 안전모 미착용은 32건으로 제일 많았고 신호위반 22건, 인도주행 6건, 중앙선 침범 4건 등도 포함됐다.

경찰은 최근 배달문화 확산 등으로 이륜차 운행이 증가하면서 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보고 소음 발생, 신호 위반, 인도 주행 등 위반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올해 1∼9월 이륜차 사고로 인한 인천 지역 사망자는 모두 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명보다 42.9% 증가했으며 사고 건수도 460건으로 지난해 431건에서 6.7%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