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금장' 받은 20대, 광주 북부소방서에 "아픈 소방관 위해 써달라"
"가진 게 없어도 다른 이를 돕는 쉬운 방법" 헌혈증 기부한 시민
"가진 게 없어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헌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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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광주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께 한 시민이 헌혈증 20매와 손수 적은 편지를 들고 북부소방서를 찾아왔다.

헌혈증 뭉치를 내미는 그를 소방관들은 당황해서 "여기에 기부 안 하셔도 돼요"라고 정중하게 여러 차례 사양했다.

그러던 중 그가 적어온 손편지를 보고는 헌혈증을 받아들고 "소중하게 헌혈증을 쓰겠습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편지에는 "아무 능력 없는 제가 남을 도울 방법은 헌혈뿐이다"며 "항상 타인을 위해 온 몸을 던지시는 소방관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시민을 위해 일 하시다 불의의 사고로 고생하시는 소방관분들께 (헌혈증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너무 작아 부끄럽지만 언제 어디서나 목숨 걸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분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쓰여 있었다.

"가진 게 없어도 다른 이를 돕는 쉬운 방법" 헌혈증 기부한 시민
헌혈증을 기부한 이는 이의선(25·여) 씨로,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시민이었다.

이씨는 고등학생이 되고 헌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꾸준히 헌혈을 해왔다.

가진 게 없어도, 헌혈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의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

이씨가 소방서에 헌혈증을 들고 간 날은 그가 50번째 헌혈을 해 '금장'을 받은 날이었다.

30번째 헌혈로 '은장'을 받았을 당시에는 개인 SNS에 헌혈증이 필요한 분을 찾아 나눠줬으나, 50번째에는 소방관들에게 헌혈증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디선가 아픈 소방관을 위해 헌혈증을 기부해달라고 호소하는 기사를 본 그는 그때부터 다음에 헌혈증을 모으면 소방관들에게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야 말로 헌혈증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기부하게 됐다"며 "헌혈증이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이씨가 기부한 20장의 헌혈증을 씨앗 삼아, 평소 헌혈에 자주 참여하는 소방관들의 헌혈증까지 모아 '소방혈액 보험'을 만들 생각이다.

이후 현재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소방병원이 만들어지면 병원 측에 그동안 모은 '소방혈액 보험'의 헌혈증을 모두 기부할 계획이다.

광주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가진 게 없어도 다른 이를 돕는 방법을 찾고 이를 실천한 시민의 마음이 너무나도 고맙다"며 "헌혈증을 기부한 시민의 정성이 더 커지도록 소방관들도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가진 게 없어도 다른 이를 돕는 쉬운 방법" 헌혈증 기부한 시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