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장릉 인근에 허가없이 건설 중인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김포장릉 인근에 허가없이 건설 중인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조선 왕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건립 중인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7일에 올라온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엔 이날 오후 현재 10만6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중 하나"라며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인데, 아파트는 김포 장릉과 계양산 가운데 위치해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아파트들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돼야 한다"며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포 장릉 쪽으로 200m 더 가까운 곳에 2002년 준공한 15층 높이 아파트는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최대한 왕릉을 가리지 않게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지어졌다"며 "수분양자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 마음이 무겁지만, 철거를 최소화하면서 문화유산 경관을 보존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6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3곳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문화재 반경 500m 내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아파트 대상지 인근에 있는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에 포함된다.

이미 문화재청장은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는 이를 무시하고,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심의를 받지 않았다.

추가로 문화재청은 이들 3개 건설사가 검단신도시에 짓는 34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44개 동 중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의 공사를 중지하라는 명령도 재차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014년 땅을 인수할 때 소유주였던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로부터 택지 개발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고, 2019년 인천 서구청 심의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허가 절차를 어기고 왕릉 근처에 건축물을 지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아파트는 내년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모두 20층 넘게 지어졌지만, 최악의 경우엔 다 지은 아파트를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를 피하더라도 입주 예정자들은 공사 지연과 설계 변경으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