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구서 수도권 가족 통한 감염 확인…추석방역 '비상'
설·휴가 때 확산세 재연 될라" 지자체 고향방문 자제 호소

지난 15일 충북 옥천의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시작한 A씨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서울 가족 다녀간 뒤 확진" 수도권→지방 확산루트 현실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서울 사는 딸이 내려와 이틀 머물고 간 뒤 지난 14일 덜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아내도 병원에 입원했다.

딸 확진 후 하루 뒤 코로나19 양성 판단을 받은 것이다.

A씨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달 29일까지 집에서 홀로 지내며 쓸쓸한 추석 연휴를 보내게 됐다.

이런 일은 비단 A씨에게 국한된 게 아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B씨 가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에서 내려온 자녀 등 14명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는데, 이 자리가 코로나19의 전파 루트가 된 것이다.

확진된 5명이 치료받고 있고 나머지 가족들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속출하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비수도권 확산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전국 확진자 중 수도권 비중은 14일 80.5%에서 15일 78.5%로 소폭 떨어지기는 했으나 연일 80%를 오르내리고 있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계기로 비수도권 확산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충북의 경우 지난 2월 설 연휴(11∼14일) 이후 30일간 확진자가 하루 평균 11.7명으로 이전 7.1명보다 64% 증가했다.

여름휴가도 확산세에 기름을 부어 7월 17.9명이던 일평균 확진자가 8월에는 43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서울 가족 다녀간 뒤 확진" 수도권→지방 확산루트 현실화
변이종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한 탓도 있지만 충북도는 휴가에 따른 이동량 증가를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수도권 대유행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추석 이동이 시작되면 코로나19가 비수도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령의 부모가 접종 완료자가 아닌 경우 자녀의 고향 방문 자제를 권유한 데 이어 성묘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권장했다.

자치단체도 비수도권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도는 소규모 고향 방문을 유도하고 출발 전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이를 어겼다가 확진될 경우 방역 비용 등을 청구하기로 했다.

공항·항만의 발열 감시인력, 선별진료소 운영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서울 가족 다녀간 뒤 확진" 수도권→지방 확산루트 현실화
충북도와 전북도는 대 도민 호소문을 내고 고향 방문 자제와 거리두기·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추석 때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8명까지 가족 모임이 허용된다고 하지만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손모(45)씨는 추석 때 서울의 형님 가족과 함께 대전에 사는 부모를 찾아뵈려 했지만 포기했다.

손씨는 "부모님이 오히려 대전에 모이는 것을 걱정하셔서 형님과 상의 끝에 이번 추석에는 찾아뵙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연말에 상황이 좀 나아지면 다 같이 모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종구, 고성식, 김동철, 김선호, 심규석, 이덕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