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망상에 생후 4개월 아들 살해, 2심도 집행유예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망상에 빠져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김대현 하태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2)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2년 동안의 보호관찰 명령을 추가했다.

A씨는 수개월 동안 시험관 시술을 시도해 2019년 12월 아이를 얻었지만, 출산 후 스트레스로 심한 우울·망상에 시달리다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아이가 생후 3주가 됐을 무렵 배가 고파 울다 지쳐 몸이 쳐지자 뇌 손상을 의심하며 아이가 평생 장애인으로 살게 될 것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A씨의 착각과 자책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지난해 2월부터 여러 차례 아이를 살해하려 시도하던 끝에 약 2달 뒤인 4월 결국 질식해 숨지게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A씨는 출산 후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손을 떠는 등 이상 행동을 반복했고, 병원에서 심한 우울증을 진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과거에도 중증의 정신병력으로 치료를 받았다.

A씨의 남편은 아내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다 돌아온 뒤 넋이 나간 듯 보였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1심 법원은 "자신의 보호를 받는 어린 자녀의 생명을 뺏은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고 법익 침해의 결과가 너무나 참담하다"면서도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병적 증상을 앓지 않았다면 간절히 원해 어렵게 얻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생 어린 자식을 죽인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벌"이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아직 정신질환이 완치되지 않은 피고인이 실질적인 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운 교정시설에서 반드시 징역형을 집행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다시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명령하고, 보호관찰기간 동안 정기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처방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는지 확인해 재범을 낮을 필요가 있다"며 보호관찰을 부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