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폐기 않으면 위헌 소송 등 모든 법적 수단 동원"
국제언론단체도 철회 촉구한 '징벌적 손배·가짜뉴스 규제' 도입
언론계, 與 언론중재법 강행에 반발…"위헌적 입법 폭거 규탄"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강행처리하자 언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단체들은 강행처리를 규탄하면서 민주당에 추가 일정을 멈추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고 촉구했으며 위헌 소송도 예고했다.

국제언론단체들도 언론의 자유 위축을 경고하며 철회를 요구한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를 도입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오는 25일 국회 통과를 앞두게 됐다.

◇ 언론단체들 강력 반발…"위헌적 입법 폭거 규탄"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이날 "언론에 재갈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를 규탄한다"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개정안의 내용 중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허위·조작 보도는 그 개념이 불분명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돼 언론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을 가짜뉴스의 발원지로 지목한 점"이라며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민주당은 언론을 일반인의 공적으로 규정해 언론사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며 언론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은 "언론 재갈 물리기란 본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채 반민주적 악법으로 전락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금이라도 폐기할 것을 국회에 요구한다"며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론단체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경고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제적으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해 일절 언급 없이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반헌법적 개정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 4단체도 이날 공동성명를 내고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파국"이라며 "민주당은 오만과 역행을 멈추고 사회적 합의의 공간을 열어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업언론단체들은 더 이상 개정안 문구 조정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국민공청회 개최와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언론개혁특위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그럼에도 강행된 언론중재법 처리는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을 보여준 중대한 변곡점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강행처리는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라며 "민주당은 자신들을 감시하는 언론의 발을 묶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강화할 길을 활짝 열었으며, 뒤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 과정에서 법에도 없는 여야의 기득권을 참 알뜰하게도 지켜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법사위 및 본회의 처리 일정을 멈추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과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라고 요구하며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동안 촛불 권력임을 자임해 온 민주당에 대해 신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버틴 우리가 먼저 결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노동조합(1노조)도 이날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언론독재법 철폐투쟁을 위한 범국민 공통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25일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면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계, 與 언론중재법 강행에 반발…"위헌적 입법 폭거 규탄"
◇ 주요국 입법사례 없는 제도 도입…국제언론단체도 철회 촉구
주요국 가운데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와 '가짜뉴스' 규제를 언론법에 도입한 사례가 없다는 지적과 국제언론단체의 철회 촉구에도 결국 국회 통과를 앞두게 됐다.

앞서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한국은 '가짜뉴스' 규제법 신설을 철회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비판적인 보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콧 그리펜 IPI 부국장은 이 성명에서 "독재 정권들이 비판을 억압하기 위해 이른바 '가짜뉴스' 법안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정부에서 이런 부정적 추세를 따르는 것은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짜뉴스'에 대한 모호한 정의는 언론의 자기 검열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지난 12일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신문협회는 당시 성명서에서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이른바 '가짜뉴스'의 발행 의도를 규정하는 기준을 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가짜뉴스를 결정하는 기준은 필연적으로 해석의 남용으로 이어져 보도의 자유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상 페레네 세계신문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유형의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의해 조장되어 왔으며 정치적·경제적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데 사용되는 편리한 수단이었다.

(이러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문체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발생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언론 보도에 따른 피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입법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고 언론학자들은 형법에 명예훼손죄가 있는 상황에서 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을 도입하면 이중처벌 소지와 언론의 자유 훼손을 우려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개정안은 민주당이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허위·조작보도'와 관련한 조항을 신설해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언론법으로 규제를 시도하게 됐다.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제30조의 2)을 신설해 법원은 언론보도 등이 ▲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삽화, 사진 등)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 4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했다.

언론학자들은 이런 규정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조국 부녀 삽화' 사건을 계기로 관련 기준을 도입하는 입법 배경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