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첫 거리두기 4단계 조치 첫날 여름 관광 '셧다운'

"사람들이 많이 빠졌네요.

평상시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왁자지껄하던 제주 해변이 조용…"4단계 연장만 안 되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18일 오후 국내 최고의 관광지 제주.
8월 여름 관광 성수기인데도 제주 도심과 주요 관광지, 해수욕장은 썰렁한 기운이 감돌며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관광객과 도민들로 왁자지껄했던 이호해수욕장에선 주민들도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혀를 내둘렀다.

이곳은 제주시 도심과도 가깝고 주변에 숙소가 많아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야간 관광지다.

인근 탑동광장이 폐쇄된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이호테우해수욕장으로 몰리며 길거리와 모래사장 등에서 술판을 벌이고 폭죽을 쏘아댔다.

아침 새벽마다 사람들이 남기고 간 소주병과 일회용 접시, 토사물 등 각종 쓰레기가 넘쳤고 악취가 진동했다.

풍선효과였다.

왁자지껄하던 제주 해변이 조용…"4단계 연장만 안 되길"
하지만 거리두기 최고 수준인 4단계 조처가 내려지자 해수욕장이 폐장된 데 이어 흥청망청 술잔을 기울이던 사람들의 모습이 확연히 줄었다.

일부 도민과 관광객이 바다에 들어간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1∼2명꼴로 카페나 음식점에 드나드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탓이다.

한쪽에선 해수욕장이 폐장하자 계절 음식점 파라솔과 의자, 테이블 등을 철거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근처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A씨는 "코로나19가 극심한 상황이라 4단계 조치를 어느 정도 이해는 하면서도 해수욕장을 일찍 폐장하게 돼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4단계 조치가 길어지면 우리 같은 자영업자는 피해가 막심하다.

부디 연장되는 일만 없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왁자지껄하던 제주 해변이 조용…"4단계 연장만 안 되길"
도심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6시가 되자 직장인들과 대학생 등 도민들 대부분은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도민이 많이 찾는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거리와 제주시청 인근 술집과 카페, 음식점 대부분 텅 비었거나 손님이 있더라도 음식을 포장해 가려는 사람들 뿐이었다.

배달 오토바이만이 이곳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주도민 이모(42·여)씨는 "제주에 거리두기 4단계 조처가 내려질 것이라 상상도 못 했다.

휴가를 받아도 근처에 사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식사도 못 할 상황"이라며 "아이들 학원도 모두 중단시키고 당분간 '집콕' 생활만 이어가게 됐다"며 푸념했다.

관광업계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관광객들이 크게 줄었다.

왁자지껄하던 제주 해변이 조용…"4단계 연장만 안 되길"
여행 온 사람들로 혼잡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제주공항은 일부 관광객만이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며 1층 국내선 도착장을 빠져나갔다.

제주는 8월 들어 하루평균 3만6천명의 관광객이 찾았지만, 이날 예상 입도 관광객은 2만4천명이다.

4단계 조치를 앞둔 17일에는 2만8천266명이 제주를 찾아 전년 동기(4만2천563명)보다 33.6% 감소했다.

도내 호텔과 골프장, 렌터카 업체 등에선 예약 취소와 관련한 문의가 속출했다.

제주시 내 한 호텔의 경우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객실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A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8월 성수기에는 80% 이상 객실 가동이 이뤄졌지만, 올해 7월 들어 제주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서 가동률이 60∼70%로 떨어졌다.

이제 4단계가 되자 20% 가까이 추가로 빠지면서 50% 밑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체 행사, 소규모 행사가 모두 금지되고, 말 그대로 2명까지만 숙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결국 8월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올여름 제주 관광 성수기는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일찌감치 끝이 났다.

왁자지껄하던 제주 해변이 조용…"4단계 연장만 안 되길"
/연합뉴스